'밑빠진 獨' 사회주택 재정…'주거공동체' 새 대안 부상

'밑빠진 獨' 사회주택 재정…'주거공동체' 새 대안 부상

베를린(독일)=송학주 기자·뉴스1 김정태 뉴스1 기자
2013.10.15 06:10

['행복주택, 맞춤형 주거복지시대 연다']<2-1>독일의 '사회주택'

[편집자주] 박근혜정부가 서민주거안정의 핵심공약으로 내세운 '행복주택'이 딜레마에 빠졌다. 정부는 신혼부부와 대학생 등 사회활동이 왕성한 계층에게 교통이 편리한 도심에 임대주거공간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지난 5월 서울 등 수도권 도심내 철도부지, 유휴 국·공유지 등 7곳을 행복주택 시범지구로 지정하고 1만가구를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오류·가좌지구를 제외한 나머지 5곳은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연내 착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머니투데이와 뉴스1은 행복주택이 국민적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사업인지 여부와 현안을 심층 분석하고 근본적 대안을 찾는 공동기획을 마련했다. 특히 맞춤형 주거복지시스템이 잘 갖춰진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직접 현지를 찾아 정부, 지자체, 기관,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심층 취재했다.
독일 브란덴부르크 기술대학의 토마스 크노어 시에더 교수./사진=송학주 기자
독일 브란덴부르크 기술대학의 토마스 크노어 시에더 교수./사진=송학주 기자

 "독일의 '사회주택' 건설은 1995년 이후 정부재정의 한계로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다가구 주거공동체에서 사회주택의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지난 9월28일 베를린 알베르고호텔 리셉션장에서 만난 독일 브란덴부르크기술대학의 토마스 크노어 시에더 교수는 독일 사회주택의 미래를 이같이 밝혔다.

 시에더 교수는 "독일에선 사회주택을 '집'(house)의 개념으로 인식하기보다 집을 짓기 위해 들어간 재정적 투자가 들어간 집으로 규정한다"며 "1920년대부터 사회주택이 건설된 이래로 1000만가구가 지어졌다"고 설명했다.

 사회주택이 대량 공급됐지만 연방정부의 재정이 한계에 이르면서 1995년부터 2000년 사이에 큰 변혁이 일어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으로 지은 사회주택이 상대적으로 재정이 빈약한 지방정부로 넘겨지면서 사회주택 공급이 지지부진해졌다는 것이다.

 사회주택을 일반주택으로 전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이때 마련되면서 재고도 줄어들게 됐다.

 시에더 교수는 "세입자의 내집마련 붐이 일고 정부의 값싼 이율로 집을 지어 세를 놓았던 집주인들이 30~40년간 원리금과 융자금을 갚은 뒤 일반주택으로 전환하면서 사회주택이 매년 11만가구씩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거보조금(주택바우처)을 지급하는 '본겔트'의 사회주택은 현재 150만가구 정도만 남게 됐다"고 덧붙였다.

독일 베를린 인근의 사회주택(임대주택). 일반주택과 섞여 있어 외관만으로는 알 수 없다./사진=송학주 기자
독일 베를린 인근의 사회주택(임대주택). 일반주택과 섞여 있어 외관만으로는 알 수 없다./사진=송학주 기자

 문제는 인구감소세를 보이던 독일이 2008년 이후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주택수요가 늘기 시작했는데, 사회주택 공급이 부족해서 임대료가 계속 오른다는 점이다.

 집값과 임대료가 오르면 시의 재정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베를린시의 경우 매년 사회주택을 6000~8000가구 정도 건설해야 하지만 실제 공급실적은 1000가구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주택전문 공공기관 '대게보'와 '게보바'는 사회주택보다 고급주택 건설에 치중하면서 '집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는 게 시에더 교수의 지적이다.

 시에더 교수는 "정부가 이중혜택을 주면서 사회주택에서 일반주택으로 전환하도록 허용한 것이 가장 큰 정책적 실패"라면서 "정부 차원의 재정적 한계 때문에 대규모 사회주택 건설이 어려워진 만큼 여러 실험적 대안이 제시된다"고 말했다.

독일 베를린 인근의 '공동체주택'.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돈을 모아 집을 직접 함께 짓고 입주하는 방식이다./사진=송학주 기자
독일 베를린 인근의 '공동체주택'.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돈을 모아 집을 직접 함께 짓고 입주하는 방식이다./사진=송학주 기자

 실험적 대안 가운데 하나가 독일에선 다가구 주거공동체로 집을 짓는 방안이 시도된다.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돈을 모아 집을 직접 함께 짓고 입주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지을 경우 비용적 측면에서 평균 15%의 경비절감이 있을 뿐 아니라 주민간 유대관계도 높아진다는 게 시에더 교수의 주장이다.

 예컨대 공통관심사가 환경인 사람들이 사회공동체 집을 지을 경우 독일 GLS방크(환경관련 특수은행)에서 건설비용의 75%를 저리로 대출해준다. 이들은 에너지 저감, 커뮤니티시설 등을 갖춘 층고가 낮은 친환경건물을 직접 짓고 입주할 수 있다.

 베를린시에는 2000년대 이후 6000가정이 살 수 있는 300가구 규모의 사회공동체 주거시설이 지어졌으며 베를린 템펠공항 인근에 1400가구 규모가 들어설 수 있는 사회공동체 건설이 계획돼 있다.

독일 베를린 인근의 '공동체주택'. 주택 벽면에 "햇빛과 게으름을 즐긴다. 부서진 지붕 아래 내려앉아 우리는 서구 유럽 문화가 무너지는 것을 즐긴다"는 문구가 눈에 띤다./사진=송학주 기자
독일 베를린 인근의 '공동체주택'. 주택 벽면에 "햇빛과 게으름을 즐긴다. 부서진 지붕 아래 내려앉아 우리는 서구 유럽 문화가 무너지는 것을 즐긴다"는 문구가 눈에 띤다./사진=송학주 기자

 시에더 교수는 "사회공동체에 입주하는 사람들은 재산증식 목적이 아닌 안정적 주거생활을 원하고 공통의 관심사로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연령, 직업, 재산 등과 관계없이 다양한 계층이 모여살게 된다"며 "이것이 진정한 '소셜믹스'이자 사회주택의 진화된 미래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시에더 교수는 1990년 서독과 동독 통일 이후 베를린시 집행부에서 도시재정비사업에 참여했으며 1993년 브란덴부르크주 내 코스부대학에서 건축공학을 강의해왔다. 저서로는 2012년에 출간한 '오픈빌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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