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차 직장인 "월세 50만·학자금대출 50만씩 내면…"

4년차 직장인 "월세 50만·학자금대출 50만씩 내면…"

뉴스1 전병윤 기자
2013.10.22 06:10

['행복주택, 맞춤형 주거복지시대 연다']<6-1>적정 월세 보증금은?

[편집자주] 박근혜정부가 서민주거안정의 핵심공약으로 내세운 '행복주택'이 딜레마에 빠졌다. 정부는 신혼부부와 대학생 등 사회활동이 왕성한 계층에게 교통이 편리한 도심에 임대주거공간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지난 5월 서울 등 수도권 도심내 철도부지, 유휴 국·공유지 등 7곳을 행복주택 시범지구로 지정하고 1만가구를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오류·가좌지구를 제외한 나머지 5곳은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연내 착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머니투데이와 뉴스1은 행복주택이 국민적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사업인지 여부와 현안을 심층 분석하고 근본적 대안을 찾는 공동기획을 마련했다. 특히 맞춤형 주거복지시스템이 잘 갖춰진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직접 현지를 찾아 정부, 지자체, 기관,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심층 취재했다.

#금융권 전산팀에 근무하는 임모씨(31)는 요즘 한숨이 늘었다. 임씨는 지방에서 올라와 친형과 서울 흑석동에 있는 보증금 4500만원, 월 임대료 45만원짜리 빌라에 살고 있는데 형이 내년 초 결혼하면서 분가해야 한다.

결혼을 앞둔 형도 비싼 전셋값 때문에 신혼집을 마련하는데 마음고생이 심하지만 임씨 역시 혼자 살 집을 구해야 하는 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앞으로는 형과 분담하던 월세를 홀로 감당해야 할 처지여서다.

임씨는 직장생활 4년차다. 연봉은 4000만원을 조금 밑도는 수준. 서울에서 비교적 깔끔한 원룸을 얻으려면 매달 최소 50만원 이상은 줘야 한다. 임씨는 학교 다닐 때 받은 학자금대출 3000만원의 원리금을 갚느라 지금도 한 달에 50만원 넘게 지출한다.

내년부터 따로 살면 매달 족히 100만원 이상을 고정비용으로 써야 한다. 임씨의 경우 전산시스템 개발을 담당하는 업무의 특성상 새벽까지 야근도 '밥 먹듯' 해야 해서 직장과 멀리 떨어진 수도권 외곽의 값싼 월세를 구하기도 부담스럽다. 그에겐 대학생과 신혼부부, 직장생활 5년차 이하인 사회초년생을 중점적으로 지원한다는 정부의 '행복주택'이 간절하다.

#대학교 3학년 여학생인 서모씨(29)는 점점 인생의 무게가 느껴진다. 대학입학이 늦은데다 어려운 집안사정으로 휴학을 한 탓에 늦게까지 학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그는 그동안 편부 슬하의 어려운 형편에서 학교를 다니느라 편의점이나 미술관 안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를 했지만 졸업을 앞둔 내년이면 먹고 살 길이 막막하기만 하다.

서씨는 저학년과 지방 거주자를 대상으로 우선권을 주는 기숙사에서도 밀린 지 오래다. 취업 전에 원룸을 구해야 하는데, 그 역시 학자금대출도 일부 끼고 있어 현재로선 감당하기 버거운 처지다.

서씨는 값싼 임대주택이란 '행복주택'에 입주대상자로 포함될 수 있는지, 월세는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 정책을 잘 안다는 선배에게 물어봤지만 "아직 구체적인 선정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기다려봐야 한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더욱 착잡해졌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공부-취업-거주지 마련-결혼-자녀양육'이란 일반적 인생의 단계를 밟아나가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뼈저리게 느낀다"며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철로 옆 오막살이?…세입자가 원하는 '행복주택'은

세입자들이 원하는 행복주택은 어떤 모습일까. 그동안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을 일방적으로 공급했다면 '행복주택'의 청사진은 맞춤형으로 그려져야 한다.

입주대상자들이 원하는 임대료와 주변시설, 입주대상지 등을 최대한 반영해야 주거만족도를 끌어올릴 수 있고 '행복주택'의 성패도 가를 수 있다. 임대주택 거주자들의 삶의 행복도를 높일 수 있는지 여부는 공공임대주택의 아킬레스건인 주거환경 슬럼화를 막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임대료 수준이다. 세입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여서 실제 조성될 원가 등은 고려되지 않은 가격이다. 잠재적인 '행복주택' 입주대상자들이 스스로 이 정도면 지급해도 괜찮을 합리적 수준이라고 말한 '적정' 임대료라는 점에서 정부 정책에 참고할 만한 자료다.

국토교통부가 올 6월 서울·경기·인천 등에 거주하는 대학생·사회초년생(사회생활 5년 이내)·신혼부부(혼인기간 5년 이내)와 행복주택 7개 지구(서울 오류·가좌·공릉·목동·잠실·송파·경기 고잔지구) 지역주민을 포함해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앞으로의 '행복주택' 밑그림을 떠올릴 수 있게 해준다.

설문조사는 △적정 임대료 수준 △선호 면적 △입주자격 기준 △주거입지 조건 등을 주요 항목으로 다뤘다. 우선 '행복주택' 임대보증금은 1000만~3000만원(37.0%), 월임대료는 20만~30만원(35.8%)선이 적정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평균적으론 적정 보증금 2914만원, 월임대료 24만원으로 조사됐다.

적정 보증금 수준은 지구별로 차이를 보였다. 이를테면 목동(3344만원) 잠실(3480만원) 송파(3294만원)지구는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고잔(2282만원) 가좌(1472만원)지구는 낮게 나타났다. 강남권이나 우수학군이 몰린 목동의 경우 임대주택의 주거선호도가 높게 나온 결과다.

입주대상별 적정 보증금은 △신혼부부(4083만원) △사회초년생(2217만원) △대학생(1328만원) 순으로 나왔다. 적정 임대료 수준은 입주대상이나 선호지구별로 큰 차이 없이 대체로 20만원대에서 형성됐다. 목동지구를 선호하는 주민의 경우 월 28만원으로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했다.

입주 희망 면적은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62.7~69.3㎡(19~21평·58.8%)를 선택했고 49.5∼59.4㎡(15~18평·19.9%)와 26.4∼33㎡(8~10평·12.3%)가 뒤를 이었다. 원룸보다 가족이 거주할 수 있는 주거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았다.

'행복주택' 입주대상자의 연소득 기준에 대한 의견은 평균 2603만원 이하로 나왔다. 연소득 2000만~2500만원 미만이 30.8%로 가장 높았다. 이어 △3000만~3500만원 미만(25.2%) △2500만~3000만원 미만(22.8%) △3500만~7000만원 미만(10.8%) △2000만원 미만(10.4%) 순이었다.

7개 행복주택 시범지구 중 '어느 지구에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잠실(24.4%)과 목동(19.7%)지구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지구별로 관심을 많이 보인 계층은 △가좌·오류동지구 학생층 △송파·공릉지구 사회초년생 △잠실지구 신혼부부 등이었다.

◇교육보다 교통 편리성이 중요

주목할 점은 학교나 학군 등 교육환경에 대한 입지의 우수성은 8개 항목 가운데 가장 낮은 중요도를 보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리성 여부가 가장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젊은 계층에선 교육보다 교통환경, 주변 편의시설, 문화시설 등을 우선 고려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항목별로 좀더 세분화해서 살펴보면 '대중교통 이용의 편리성이 입주에 영향을 준다'고 답한 비율이 94.8%에 달했고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모두 고른 분포를 보였다. '직장 등 생활지역의 거리가 가까워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90.4%로 높게 나왔다.

역시 이동의 편리성에 해당하는 도로의 혼잡도나 진출입의 수월함에 대해서도 89.3%가 입주에 영향을 준다고 답해 높은 수치를 보였다. '행복주택'이 주거비가 싸더라도 외딴 섬과 같은 교통환경을 갖추거나 편의시설이나 공원 부족 등의 문제가 있으면 외면받을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증명했다.

일반아파트 분양성적이나 주택가격 흐름에 민감한 영향을 주는 우수한 학군이나 학교 등 교육환경에는 가장 낮은 점수를 줬다. 입주시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77.6%로 8개 항목 가운데 가장 낮았다. 신혼부부의 경우 90.8%가 답해 가장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주택에 필요한 시설로는 △상업시설(32.6%) △일자리 창출시설(19.8%) △주민소통시설(15.9%) 순이었다. 필요한 프로그램은 △문화예술 프로그램(40.8%) △건강 프로그램(20.0%) △취업 및 창업지원 프로그램(12.8%)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행복주택'의 입주자격, 임대료 등의 공급조건을 결정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기준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행복주택 시범지구는 입지적 특성이나 포괄계층의 다양성을 감안할 때 적절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사업주체나 재원조달방안, 행복주택의 입주조건이나 임대료 수준 등 구체적인 운영전략이 구체화되지 못한 상황으로 하루속히 정책설계가 뒷받침돼야 수혜계층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줘야 혼선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