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건설이 아시아 금융 및 물류의 허브인 싱가포르에서 완공을 앞둔 마리나 해안고속도로(왕복 10차선). 바다를 메운 뒤 연약지반인 매립지에 지하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토목공사의 난제로 꼽힌다.
당시 현장 상황을 둘러본 공사 관계자가 "지금 서 있는 지반이 마치 물 위에 A4용지를 띄워놓은 것과 흡사하다"고 평가했을 정도로 땅만 파면 물이 솟아나는 지대다.
어려움은 공사비에서 드러난다. 공사구간이 1㎞에 불과하지만 공사비가 6억3300만달러에 이른다. 1m당 8억2000만원의 공사비를 발주처가 지불해주는 셈이다. 가장 난구간은 존B라 불리는 곳이다. 폭 140m의 도로를 지지하기 위해 중간에 슈퍼빔이란 대형 콘크리트 벽체를 설치, 완공후 제거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존B에 폭 140m가 나온 이유는 사용하지 않는 연결통로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매립 계획 일정조차 없는 바다 쪽으로 지하고속도로 분기점을 미리 시공해 놓으라는 것이 싱가포르 정부의 주문이었다.
현장 관계자는 "이곳처럼 매립해 지하도로까지 연결하려면 빨라야 30년, 늦으면 100년 뒤에나 가능한 일이지만 설계에 포함시키라는 발주처의 주문은 변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황당한 주문은 또 있다. 지하도로 하부에 지하철 통로를 만들었다. 이곳만이 아니다. 우리 기업이 시공하고 있는 DTS(도심지하철) 건설사업 현장 곳곳에는 철로와 교차되게 지하도로 공사를 함께 진행한다. 대부분 청사진조차 그려지지 않은 계획들이다.
일러야 30년 뒤에나 벌어질 상황까지 미리 반영하는 싱가포르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정책은 한치 앞을 분간하기 어렵다. '타이밍'이 생명인 부동산 관련 법안이 국회에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24일 민주당은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임대주택등록제 도입 등 3대 세입자 지원책을 내놨다.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법인부동산추가 과세 폐지 △분양가상한제 신축운영 방안 등에 대해선 부자감세 정책이라고 합의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예산안 부족을 입버릇처럼 말하는 정부 여당도 고액세입자 등 부자 과세를 추진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국정원 특검 수용 등으로 팽팽히 대립하고 있는 여야지만 부동산 정책만 봐도 논의의 접점을 찾기 어렵다. 다시는 보지 않겠다고 결별을 선언한 남녀같은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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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날선 공방에 시장은 불안하기만 하다. 앞서 내놓은 부동산 정책들이 공염불이 될 위기에 놓이면서 부동산시장 붕괴라는 종착역을 치닫는 분위기다.
"싱가포르 정책은 예측 가능하고 불확실성이 낮아 세계의 돈이 몰리고 경제가 잘 돌아간다"는 한 건설기업 임원의 말을 곱씹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