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층 건너뛰고 위층부터 짓는다"…난공사 한국기업 '몫'

"아랫층 건너뛰고 위층부터 짓는다"…난공사 한국기업 '몫'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지영호 기자
2013.11.26 06:10

["세계속에 '한국건설의 魂' 심는다" 2013 - 동남아시아(1)]②말聯 고급 건축시장 접수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 KLCC지역에 위치한 IB타워(57층 274m) 공사현장. 각 면당 7개의 슬랜팅컬럼(경사기둥)이 세워지는데 이 중 4번째 시공이 끝났다. 하이테크 건축의 거장 영국의 건축가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가 설계했다./사진=지영호 기자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 KLCC지역에 위치한 IB타워(57층 274m) 공사현장. 각 면당 7개의 슬랜팅컬럼(경사기둥)이 세워지는데 이 중 4번째 시공이 끝났다. 하이테크 건축의 거장 영국의 건축가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가 설계했다./사진=지영호 기자

 지난 11일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 KLCC지역에 위치한 IB타워(57층 274m) 공사현장. 37층에 오르자 건물 외곽 기둥(스랜팅컬럼)을 45도 사선으로 세우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연필을 비스듬히 세울 수 없듯 반대쪽 기둥(메가컬럼)에 닿기 전까지 버틸 수 있게 지지해 주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내부 기둥을 외부로 드러내는 설계로 실내는 기둥이 없는 탁트인 공간으로 조성된다.

 대우건설은 이 기둥을 철골조로 제시한 다른 입찰기업들과 달리 RC(철근콘트리트)조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낙찰받았다. IB타워는 시공부터 건물 한쪽을 0.03도 기울여서 짓는다.

 상층부로 보면 10㎝의 오차다. 피사의 사탑이 된 이유는 건물 코어가 한쪽으로 쏠려있는 구간이 있어서다. 콘크리트 축소기간 3년을 반영해 한쪽으로의 침하 정도를 적용했다.

 이기순 대우건설 IB타워 현장소장은 "무시하고 그냥 쌓는다면 균열이 발생하고 외벽 유리창이 모두 박살날 수 있다"며 "대우기술연구소에서 공수해온 3D 스캔장비 덕을 많이 본다"고 소개했다.

인근 건물 옥상에서 바라본 IB타워. 전체 57층 중 37층까지 올라섰다. 주변 건축물보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코어부분에서 야간 작업도 가능해졌다.
인근 건물 옥상에서 바라본 IB타워. 전체 57층 중 37층까지 올라섰다. 주변 건축물보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코어부분에서 야간 작업도 가능해졌다.

 ◇37-42층 동시 쌓아, 공사기간 1개월 단축

 '새로운 영감'이란 말레이어 '일함 바루'의 영문약자인 IB타워는 하이테크 건축의 거장 영국의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빌딩이다. 대영박물관, 뉴욕 허드슨타워, 홍콩 상하이은행본부, 런던시청 등의 설계 이력을 보유한 그가 설계하는 건축물은 '시공사의 무덤'으로 불린다.

 까다롭고 난해해서 공사기간이나 금액을 맞추기 어려워서다. 한 건설기업 관계자는 "현장소장들이 기피하는 건축가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건축현장은 시간과의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사가 하루 지연될 때마다 5500만원의 페널티를 발주처에 물어야 한다. 이 때문에 현장직원 태반이 여름휴가도 못갔다. 24시간 현장근무를 해야 하는 처지지만 현지 인력들의 문화적 차이와 주변 오피스와 주민의 민원 등으로 일정은 자꾸 미뤄졌다.

이기순 대우건설 현장소장이 5번째로 올라가는 슬랜팅컬럼의 시공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곳부터 37층과 42층을 동시 시공하는 '부분업업' 공법이 적용된다.
이기순 대우건설 현장소장이 5번째로 올라가는 슬랜팅컬럼의 시공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곳부터 37층과 42층을 동시 시공하는 '부분업업' 공법이 적용된다.

 고민 끝에 나온 것이 '부분업업' 공법이다. 야외테라스가 있는 37~40층 구간 시공을 건너뛰고 이미 코어가 올라간 41층을 먼저 시공한다. 이후 37층과 42층을 동시 시공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 지지대인 시스템 서포트를 한국에서 공수해왔다. 이 소장은 "이 공법으로 통해 공기를 한 달 정도 단축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근에도 IB타워와 같이 난해한 공사현장이 있다. 말레이시아의 명물이자 최고층 빌딩인 페트로나스 트윈타워(452m) 앞에는 쌍용건설이 짓는 '르 누벨 콘도미니엄'이 한창 공사 중이다. 한국의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같은 최고급 주거시설이다. 완공되면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주거시설이 된다.

쌍용건설이 쿠알라룸푸르에서 시공하는 르 누벨 콘도미니엄. 49층과 43층 2개동으로 건물외벽이 식물로 뒤덮인다. 엄경륜 쌍용건설 현장소장이 공사 진행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쌍용건설이 쿠알라룸푸르에서 시공하는 르 누벨 콘도미니엄. 49층과 43층 2개동으로 건물외벽이 식물로 뒤덮인다. 엄경륜 쌍용건설 현장소장이 공사 진행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외벽에 식물이 자라는 고급주택…유리 퍼즐은 어려워

 이미 마리나베이샌즈호텔 등 싱가포르 건축시장에서 공사수행능력을 검증받은 쌍용건설은 말레이시아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 건축물은 노먼 포스터와 마찬가지로 2008년 건축분야 노벨상인 '프리츠커 건축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을 수상한 세계 5대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했다. 르부르 아부다비박물관, 파리 아랍문화원, 바르셀로나 아그파타워, 삼성 리움박물관 등이 그의 작품이다.

 르누벨콘도미니엄은 49층과 43층 2개동으로 지어지는데 특이하게 건물 외벽이 식물로 뒤덮인다. 넝쿨식물의 성장특성을 살려 건물 외벽에 사다리를 만들었다. 외벽에 식물이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외부의 형태를 건축가의 의지대로 꾸몄다. 10층 주변으로 매달린 넝쿨줄기가 성장테스트를 한 흔적으로 남아 있었다.

일부 층에서 덩쿨식물이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건물외벽 공사가 일부 진행됐다. 르 누벨 콘도미니엄은 세계 5대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이 설계했다.
일부 층에서 덩쿨식물이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건물외벽 공사가 일부 진행됐다. 르 누벨 콘도미니엄은 세계 5대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이 설계했다.

 식물의 힘만 빌리는 것이 아니다. '빛의 장인'이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장 누벨은 외부에 나뭇잎이 프린팅된 글라스 프린팅 기법을 이 건물에 적용했다. 커튼월 방식으로 외부가 전부 글라스 형태다. 때문에 현장에서는 128가지 종류의 유리를 하나하나 찍어 조합해야 하는 수고가 따른다.

 엄경륜 쌍용건설 르누벨콘도미니엄 현장소장은 "다양한 모양의 유리를 정확히 설계된 곳에 시공해야 하는데 간혹 복잡한 퍼즐하는 기분이 든다"며 "직원들은 말레이시아 최고의 주거시설을 짓는다는 자부심으로 사기가 높다"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 랜드마크인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뒤로 르 누벨 콘도미니엄 현장이 보인다.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는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기업인 페트로나스가 소유한 건축물로 지상 88층, 전체높이 452m의 초고층빌딩이다. 2004년 대만의 ‘타이베이 금융센터’가 완공되기 전까지 7년 이상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로 명성을 높였던 이 빌딩은 삼성물산과 일본의 하자마건설이 한 동씩 맡아 지었다. 당시 속도 경쟁에서 삼성물산이 열흘 앞서 완공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후 초고층빌딩 수주에 유리한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쿠알라룸푸르 랜드마크인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뒤로 르 누벨 콘도미니엄 현장이 보인다.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는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기업인 페트로나스가 소유한 건축물로 지상 88층, 전체높이 452m의 초고층빌딩이다. 2004년 대만의 ‘타이베이 금융센터’가 완공되기 전까지 7년 이상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로 명성을 높였던 이 빌딩은 삼성물산과 일본의 하자마건설이 한 동씩 맡아 지었다. 당시 속도 경쟁에서 삼성물산이 열흘 앞서 완공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후 초고층빌딩 수주에 유리한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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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호 산업2부장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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