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정상화 자금 7220억중 78%만 지원… 군공 PF상환 문제 노출 '생사절벽' 위기

국내 시공능력평가 13위인쌍용건설이 채권단과 군인공제회간 '강대강' 대치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와 함께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가운데 이번 사태의 원인이 지난 6월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 등 채권단이 마련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플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의견이 제기됐다.
경영정상화 계획대로 채권단의 자금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군인공제회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대출 상환 문제가 불거졌고 결국 경영정상화 작업도 틀어지게 됐다는 지적이다.
17일 금융권과 군인공제회에 따르면 지난 6월 쌍용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당시 채권단은 투트랙 방식의 경영정상화 계획을 마련했다. 워크아웃 개시시점에 채권단이 출자전환(2770억원)과 신규자금(4450억원) 등 총 7220억원 가량을 지원하고 올 연말까지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M&A(인수합병)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M&A에 실패할 경우 추가 출자전환 등을 포함해 추가지원도 협의하기로 했다. 특히 채권단이 지원하기로 한 신규자금에는 군인공제회의 PF대출 상환자금(400억~500억원)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실제 쌍용건설에 지원된 자금은 출자전환 2450억원, 신규자금 3200억원으로 총 5650억원에 그쳤다. 당초 계획보다 22%(1570억원) 가량이 덜 지원된 셈이다. 일부 채권단이 워크아웃에 반대하고 빠져나가면서 자금지원에 공백이 생겼지만 아무도 이를 메우지 않았던 것.
채권단 한 관계자는 "워크아웃 당시 저축은행 등 일부 채권단의 반대가 심했다"며 "이들이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고 빠져나가면서 자금지원 계획이 틀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계획대로 자금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군인공제회의 PF대출 상환계획도 어긋나게 된 것이다. 당시 군인공제회와 쌍용건설은 PF대출 이자율을 낮추고 원금(850억원)은 관련 사업장 부지 매각 등을 통해 2번에 걸쳐 나눠 갚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었다.
하지만 추가부담이 커진 채권단이 부족분을 메우는 대신 군인공제회에 출자전환과 이자탕감을 요구하면서 기성대금 가압류 등 갈등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이자율은 조정하고 원금은 올 연말까지 400억원, 내년 2월쯤 450억원을 분할상환하는 조건으로 거의 협의가 됐는데 갑자기 이자탕감과 출자전환을 요구해 법적조치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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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출자전환(1안 5000억원, 2안 3829억원)과 신규자금(3000억원) 지원 안건을 채권단 전체회의에 부의한 상태다. 신규자금 중 1200억원 가량은 군인공제회 부채를 갚는데 사용된다. 벼랑 끝 대치를 벌였지만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애초 워크아웃 플랜대로 자금지원이 이뤄졌다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가지 않았을 수도 있었는데 아쉽다"며 "쌍용건설 입장에선 군인공제회의 가압류와 이에 따른 법정관리 우려로 공사가 중단되고 해외수주에 실패하면서 정상화 시간만 낭비한 꼴이 됐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추가 자금지원과 함께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의 해임안건도 채권단 전체 회의에 올렸다. 표면적으론 정상화 차질과 M&A 실패에 대한 책임추궁이지만 추가 자금지원에 반대하는 채권단을 달래기 위한 명분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7월에도 김 회장의 해임안건을 부의했지만 "해외사업 능력이 뛰어난 김 회장을 해임할 경우 오히려 정상화 작업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채권단 다수의 반대로 부결된 바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상화를 위해 대표이사를 유임시켜 놓고 5개월도 채 안돼 또다시 해임한다는 게 말이나 되냐"며 "쌍용건설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해외수주를 이어온 것은 기술력도 있지만 사실상 김 회장의 해외인맥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해임할 경우 정상화 작업이 더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우리은행 관계자는 "김석준 회장 퇴임 안건이 부의된 것은 M&A 실패보다도 경영 실패가 더 큰 원인"이라며 "6월 워크아웃 당시보다 추가 자금지원이 필요해진 것만 봐도 경영실패에 대한 변명은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