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대다수가 관심도 없는데. 타당성 조사가 얼마나 많은 인원이 동원돼야 하는데요. 기간도 오래 걸리고…"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입주민과 시행사가 분양전환을 앞두고 각각 의뢰한 감정평가가 최고 3배 차이를 보이는 '대형사고'가 났음에도 감독기관인 국토교통부 담당과장의 첫마디는 "국민의 관심사가 아니다"였다.
국민의 관심사가 아니면 문제를 인지하고도 그냥 넘어간다는 뜻인지를 묻자 "타당성 조사 준비는 하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타당성 조사는 많은 인원이 동원돼야 하고 기간도 오래 걸린다"고 했다.
타당성 조사를 해도 현행 평가기법으론 '평가불가'로 나올 수도 있다는 말도 했다. 고급주택단지에 대한 프리미엄 가치는 주관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이라는 게 국토부 과장의 설명이다.
한마디로 '귀찮다'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 말들이었다. '한남더힐' 때문에 크게 드러난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문제를 축소하려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일으키는 말들이었다.
국토부 담당자가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과는 달리 감정평가업계는 이 '대형사고'가 어떤 파장으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토부가 외면하고 있는 문제의 핵심은 감정평가 자체의 신뢰성이다. 국민 대다수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평가사들은 '한남더힐'처럼 고가의 부동산만 감정평가를 하는 게 아니라 경매, 토지보상, 대출 등 대다수 국민의 자산에 대해서도 감정평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대출을 많이 받기 위해 감정평가사와 짜고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 사고가 많았다. 지금도 이같은 일들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천 송도의 한 대학 캠퍼스 부지에 대한 복수의 감정평가의 경우 1원도 차이가 나지 않았던 사례도 있다. 감정평가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 평가사들은 서로 의견을 교환하기 때문에 감정평가액의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하지만 '한남더힐'은 '블라인드'로 감정평가를 실시하면서 최고 3배까지 차이나는 평가 결과가 나왔다. 내 자산의 가치가 평가사 주관에 따라 수십억원이 왔다갔다할 수 있다는 사실을 대다수 국민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
업계 10위권내 감정평가법인 소속 평가사들이 동일한 부동산에 대해 최고 3배의 차이를 보인다면 감정평가는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부르는 게 값이기 때문이다. 이번 '한남더힐'의 감정평가는 감정평가기준이 적정한가를 넘어 감독기준은 있는지 짚어봐야 하는 '대형사고'로 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