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사업자가 꿈인 나라]<8>9억이상 고가전세 1만7155가구…임대소득 '6618억원'

#서울 양천구 목동동로(옛 목동)에 살고 있는 장모씨(48)는 지난해 7월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학군이 좋은 현 거주지로 이사했다. 기존에 살았던 성동구 왕십리로(옛 성수동)에 위치한 주상복합아파트는 처분하지 않고 16억원에 전세를 놓고 본인은 9억원짜리 전셋집을 얻었다.
굳이 집을 사서 보유세를 부담하는 것보다 세금을 내지 않아 좋고 집값 하락에 대한 걱정도 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주택매매시 자금출처를 밝혀야 하지만 전세의 경우 그런 의무도 없다.
게다가 전세를 줘도 보증금(16억원)에 대해선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현행법상 전세보증금에 대해선 3주택 이상 보유자만 종합소득세 납부대상이 되기 때문에 장씨는 과세 대상이 아니다. 국내에만 존재하는 전세 제도의 덕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이다.
주택임대시장에서 전세는 '조세 사각지대'라고 불릴 정도로 집주인이나 세입자 모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보증금이 9억원 이상인 고액 전셋집도 세금 부과 대상에선 모두 벗어나 있다.
◇전국 9억원 이상 전세가구 1만7155가구…세금은?
1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전국 9억원 이상 고액 전세아파트는 1만7155가구로, 99%(1만7031가구)가 서울에 위치해 있다. 보증금이 5억원 넘는 전세아파트도 17만1724가구에 달한다.
전세 소득에 대해선 현행법상 3주택 이상 소유자로 보증금의 합계액이 3억원을 초과하는 임대소득에 대해서만 간주임대료를 계산해 주택임대소득을 신고하면 된다. 전용 85㎡이하·기준시가 3억원 이하인 소형주택은 주택수 산정에서 제외돼 과세되지 않는다.
정부가 고액이라고 기준 삼는 9억원 이상 전세도 3주택 이상 보유자가 아니라면 합법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월세 소득에 대해선 기준시가 9억원 이상인 경우 1주택자라도 소득세를 내야 하는 것과 형평성에서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수십억짜리 전세 주택 한 채는 괜찮고 합산금액이 수억원인 전셋집 3채는 세금을 내야하는 건 조세원칙에 위배된다"며 "주택 보유수에 관계없이 전세 소득 납세 기준인 보증금 총액이 3억원 넘는 경우에 일괄 적용하던지, 월세 소득 납세 기준인 1주택자라도 9억원 이상이면 내도록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9억원 이상 고액전세 임대소득 '6618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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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월세 소득 기준을 적용, 전세소득에 대해 계산하면 얼마나 될까. 부동산114에 따르면 현재 9억원 이상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11억3478만원이다. 이를 9억원 이상 아파트수를 곱해 환산하면 19조4671억5090만원. 지난해 간주임대료율 3.4%를 적용해 임대소득으로 단순 환산하면 6618억8313만원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전세소득과 관련, 과세대상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도 없을 뿐더러 실제 세금을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세무사는 "전세 보증금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세금 납부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최근 늘어나는 일부 반전세(전세+월세) 임대사업자의 경우 이같은 상황을 악용해 전세로 신고, 월세 소득에 대해서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용석 장대장부동산연구소 대표는 "전세 보증금도 엄연한 소득인데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2000년대 초반 은행 금리가 낮아짐에 따라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자 정부가 이같은 혜택을 줘 전세를 유도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