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세제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재차 드러내면서 시장의 시선이 전세시장 향방으로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대출이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진단에는 공감하면서도 전세 축소가 가속화할 경우 월세 부담이 늘고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문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8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그간 전세대출을 많이 내 준 것이 집값 상승과 전세사기의 주된 원인"이라며 "정상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행 전세제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다시 드러낸 것으로 시장에서는 전세 중심 주거 구조를 축소하는 방향성을 재확인한 발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최근 전셋값 상승에 대해서는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가 직접 원인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고 그 집을 필요로 한 무주택자가 샀으니 전세 물량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그 때문에 전세 물량이 부족해 가격이 폭등했다는 것은 그런 상황을 원하는 사람들이 만든 논리"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전세제도와 관련한 대출제도에 대한 비판적 인식에는 일정 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 전세대출이 많이 풀렸는데 이를 관리해야 한다는 데는 반대하지 않는다"며 "목돈이 없어도 아파트에 거주할 수 있게 되면서 아파트 수요를 부추긴 측면이 있고, 집값이 오르는 만큼 전세대출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세시장 축소를 '정상화'로 규정하는 데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서민층과 청년층에게 전세는 여전히 내 집 마련 전 단계의 핵심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전세 물량이 줄고 월세화가 가속화할 경우 주거비 부담이 늘어나고 자산 형성 기회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전세 물량 감소로 월세 부담이 커지고 월세를 내느라 저축 여력이 줄어들면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전세시장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5년 6월 3일 2만5535건이었던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026년 6월 8일 기준 1만7730건으로 감소했다. 1년 만에 7805건 줄어 감소율은 30.6%에 달했다.
전세 공급 감소는 월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월세통합가격지수는 2025년 6월 96.70에서 2026년 4월 101.82로 상승했다. 약 10개월 만에 5.3% 오른 것으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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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축소가 중저가 주택 매매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세 부담이 커질 경우 차라리 대출을 받아 주택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이제는 월세와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비교해 주택 구매를 결정하는 시대"라며 "노원·도봉·강북 등 지역에서 월세 300만원을 내고 거주하느니 6억원가량을 대출받아 비슷한 수준의 원리금을 부담하며 집을 사겠다는 수요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 축소와 함께 이 대통령이 강조한 또 다른 축은 가계대출 관리다. 그는 "민간부채가 너무 많아 언젠가 대형사고가 날 수 있다"며 "대한민국처럼 부동산담보대출이 많은 나라가 없는데 신용대출이나 부동산담보대출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서울 외곽지 실수요자의 매수 여건이 일부 악화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추가 대출 규제가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대출 규제가 상당 부분 시행된 상태여서 시장의 민감도가 과거보다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신규 대출 억제보다 기존 대출 회수와 총량 관리가 정책 중심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 전문위원은 "정부가 최근 가계대출 회수를 많이 강조하고 있는데 어떤 방식으로 추진될지 지켜봐야 한다"며 "대출 회수가 본격화하면 가계부채 관리 효과는 있겠지만 시중 유동성이 줄어드는 영향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