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안되고 툭하면 담합조사…공공공사 기피 줄줄이 유찰

돈안되고 툭하면 담합조사…공공공사 기피 줄줄이 유찰

임상연 기자, 송학주
2014.06.11 06:11

[담합의 덫, 피말리는 건설업계]<3>"예정가는 해마다 낮아지는데 손해보고 공사해라?"

#인천국제공항 3단계 확장사업의 핵심 프로젝트인 '제2여객터미널 골조·외장공사'가 우여곡절 끝에 최초 발주 6개월만인 지난달 21일 낙찰자가 선정됐다. 두 차례 유찰된 후 해당 공사에 단독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한진중공업 컨소시엄과 공사금액(5682억3700만원) 대비 98.88%인 5618억8000만원에 수의계약을 한 것.

인천공항이 실시설계 기술제안형 입찰 방식으로 발주한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진행한 첫 번째 사례다. 인천공항은 현재 두차례 유찰된 'T2 전면시설 골조·마감공사'를 두고 수의계약으로 진행할지, 최저가낙찰제 등 다른 방식으로 전환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최근 국내 건설업계에 '공공공사 기피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공공공사의 예정가격 자체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과 함께 공정거래위원회의 전방위 담합조사가 원인으로 손꼽힌다. 예정가격이 낮으면 상대적으로 낙찰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담합의혹을 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자칫 담합조사를 받을 경우 대외이미지가 실추됨은 물론, 수백억원대의 과징금과 향후 일정기간 모든 공공공사 입찰에서 배제되는 부담을 안아야 한다. 연루된 임원의 형사처벌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손해배상까지 요구하면 지루한 민사소송에 시달리기 일쑤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건설업체가 공공공사 수주에 적극 나서겠냐는 지적이다.

◇올해만 8건 1.2조 공공공사 유찰…'행복주택'도 지연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실시설계기술제안 등 기술형 입찰이 진행됐지만 수차례 유찰돼 재공고후 수의계약이 진행된 공공공사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골조·외장공사' 등 8건으로 나타났다.

공사금액만도 1조2494억2000만원에 달한다. 이처럼 대규모 공공공사가 유찰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선 1공구 건설공사(951억원)는 지난해 9월 최초 발주 이후 3회나 유찰돼 시공사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전체 공정이 1년 이상 늦어져 5년으로 예정된 공사기간을 감안하면 부산교통공사의 당초 계획인 2018년 개통은 고사하고 2020년에도 개통하기 힘들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박근혜정부의 공약사업인 행복주택도 건설업체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2월 진행한 '서울가좌 행복주택 건설공사 1공구' 시공사 선정 입찰에는 진흥기업 컨소시엄만 참여했다.

이미 한 달 전 입찰에서도 단독 응찰해 한 차례 유찰된 뒤였다. 결국 경쟁없이 수의계약으로 설계금액의 94%인 500억8500만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건설업체가 설계와 디자인, 시공방법 등을 직접 제안하는 '기술제안입찰' 방식은 추후 설계변경이 어려운데다 변경시 추가비용 부담 리스크도 안게 된다"며 "공사는 어려운데 예정가는 적고 괜히 담합으로 걸릴까봐 업체들이 참여를 꺼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정가격 낮아 낙찰률 올라가면 담합 의심"

공공공사 예정가격은 과거의 계약단가를 기준으로 작성된 실적공사비를 활용하도록 돼 있다. 이때 실적공사비는 해마다 낮아지는 구조로 돼 있어 시장가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실적공사비로 작성된 예정가격의 100% 이하로만 투찰토록 돼 있다 보니 반복될수록 실적공사비가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다. 결국 추가이익 취득이란 것 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구조에서 적자시공을 감행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대한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높은 가격으로 낙찰받기 위한 가격담합도 있지만 최근 불거지는 건설업체들의 담합은 낙찰을 받기 위한 입찰 공동행위인 경우가 많다"며 "공사를 수주했더라도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발주기관들의 무모한 공사비 삭감 관행으로 적자를 모면하면 다행인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최저가와 턴키방식 등 가격경쟁 위주의 입찰제도도 담합을 조장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공공공사 입찰담합은 '손해를 줄이기 위한 정당방위'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김영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턴키공사의 단가가 현실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설계변경에 따른 추가 공사 발생시 발주처는 '나몰라라' 하기 때문에 모든 부담을 건설업체가 떠안아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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