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공공공사 발주제도의 문제점과 대안

[기고]공공공사 발주제도의 문제점과 대안

조응래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4.07.17 06:35

우리나라의 공공공사 발주는 예산절감과 품질보증, 공정경쟁이라는 세 가지 목표 아래 △적격심사 △최저가 낙찰 △턴키 및 대안입찰 △수의계약제도 등을 운용한다. 전체 건설공사 발주금액은 2012년 기준 101조5061억원으로 이중 공공발주가 33.6%를 차지한다.

2009년에는 4대강 사업 추진 등으로 공공발주 비율이 49.3%로 높았으나 이후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의 감소로 발주금액과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 공사 건당 계약금액도 2009년 28억8000만원에서 2012년 16억8000만원으로 40% 이상 줄어 건설업계 전반의 어려운 여건을 짐작할 수 있다.

공공공사 발주유형별 평균 낙찰률을 살펴보면 2012년 기준 최저가낙찰제가 74.7%로 적격심사제(87.2%)나 턴키 및 대안입찰제(88.0%)에 비해 13% 정도 낮다. 대한건설협회가 전국 513개 최저낙찰제 현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공사실행률이 평균 104.8%로 적자공사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사실행에도 못미치는 저가낙찰은 결국 부실시공, 하도급업체 전가, 산업재해 등으로 전개된다. 적격심사 역시 덤핑낙찰구조로 저가낙찰 문제가 상존하며 턴키·대안입찰도 입·낙찰금액을 높이기 위한 담합과 심의위원들의 로비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전방위 담합조사에 따른 과징금 폭탄과 입찰제한 등으로 건설업체들이 어려움에 처했다고 한다. 담합은 공정경쟁을 해치는 행위로 당연히 근절돼야 할 것이다.

공사수주를 위해 담합하는 업체에 1차 책임이 있지만 예산절감을 위한 발주기관의 과도한 공사비 삭감이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또 다른 요인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제값 주고 제대로 된 물건을 조달받는다는 자세로 공사를 발주하면 기업 입장에선 적자공사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최대한의 기술력을 발휘해 좋은 품질의 시설물을 납품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선진 외국은 1990년 중반 이후 최저가낙찰제를 폐지하고 최고가치(Best Value) 낙찰제도를 도입했다. 가격 이외에 품질·기술력·공사기간 등을 종합평가해 발주자에게 최고 가치를 제공하는 입찰자를 선정한다.

최근 중앙정부는 종합심사 낙찰제도의 시범도입을 통해 가격뿐 아니라 공사수행능력, 사회적 책임 등을 평가해 낙찰자를 선정하는 방식을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는데, 이에 대한 확대 실시가 필요하다.

공사비 산정기준도 개선해야 한다. 실적공사비제도는 무분별한 저가입찰을 방지하고 예정가 산정업무의 간소화 등을 위해 도입됐지만 최근에는 공사비 삭감 도구로 전락했다. 예정가격에 낙찰률을 곱해서 구한 계약단가에 또다시 낙찰률이 적용됨에 따라 실적공사비가 계속 하락하는 구조다.

실적공사비의 비정상적인 단가하락 방지를 위해선 계약단가가 아닌 평균 입찰가격을 기준으로 하고 물가상승률도 반영해야 한다. 실적공사비 적용 대상과 범위도 재검토하고 주기적인 자재가격 동향 분석을 통해 보정도 실시해야 한다.

공사를 여러 공구로 분할발주하는 것이 담합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금액을 기준으로 공구를 분할하기보다는 공사구간의 난이도, 시공의 연속성 확보 차원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적정 공구규모로 분할, 관리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공사수주를 위한 과도한 가격경쟁은 부실시공 문제를 필연적으로 발생시키기 때문에 국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예산절감보다 적정 공사비 지급을 통해 제대로 된 시설물을 조달받는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