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시장 외면 '실적공사비' 전면 폐지해야"

"건설시장 외면 '실적공사비' 전면 폐지해야"

임상연 기자
2014.07.16 06:35

[담합 조장하는 공공공사 입·낙찰제도]<3·끝>"물가조차 반영못해‥공사품질 뒷전, 담합 빌미만 제공"

"존경하는 대통령님! 정부는 예산절감이라는 명분하에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 '실적공사비' 제도를 도입, 공사비를 삭감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어 관련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건설·주택·전기·정보통신 등 산업 종사자와 하도급자, 건설근로자의 간절한 바람과 열망을 담아 '제값 주고 제대로 시공하는 풍토 조성'에 대통령님께서 적극 앞장서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지난달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등 16개 건설관련 단체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낸 호소문의 일부분이다. 일부 단체도 아닌 업계 전체가 정부도 아닌 국정 최고운영자에게 직접 제도 개선을 호소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현행 '실적공사비' 제도가 시장에 미치는 폐해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실적공사비'란 이미 수행한 건설공사의 공종별 계약단가를 기초로 공사원가(예정가격)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공공공사의 기술경쟁 촉진과 시장가격 반영을 위해 2004년 도입됐다.

문제는 예정가격보다 낮게 낙찰된 계약금액이 다음 실적공사비 산정에 반영된다는 점이다. 이렇다보니 실적공사비는 매번 계단식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예컨대 설계금액 100억원 규모의 공사를 낙찰률 80%를 가정, 80억원에 계약하면 이를 실적공사비로 수집해 다음 번 설계금액은 80억원으로 낮아지는 식이다.

공공공사의 예정가격이 시장가격과 괴리가 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제도 도입 당시인 2004년 상반기와 2014년 상반기를 비교하면 공사비지수와 노무비지수는 각각 64.6%, 56.8% 상승한 반면 물가상승분을 감안하지 않은 실적공사비는 2.3% 오르는 데 그쳤다. 물가상승분을 감안하면 실적공사비는 오히려 57.5%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실적공사비 제도는 당초 도입 취지와 달리 공사비 삭감 등 정부의 예산절감 수단으로만 이용되는 게 현실"이라며 "이런 제도 하에서는 원가관리에만 집중하게 되고 결국 안전이나 품질확보는 뒷전이 된다"고 비난했다.

실적공사비 제도의 이 같은 문제점은 업체간 가격정보 공유 등 공동행위의 빌미가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적공사비 제도로 예정가격이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가격경쟁까지 벌이면 손해가 뻔하기 때문이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가격과 동떨어진 실적공사비를 바탕으로 산정된 예정가격은 실질적인 공사비를 반영할 수 없다"며 "이는 높은 낙찰가격을 유도하고자 하는 건설업계에 담합유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현실과 동떨어진 실적공사비 제도는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행 입·낙찰제도 하에선 일부 제도 보완만으로는 근본적인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정부가 땜질식 처방에 그치면서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며 "이제는 원점에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실적공사비를 폐지하는 대신 원가관리사 제도 도입과 제3의 전문기관인 '건설원가센터'(가칭) 설립 등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이를 통해 공사비 산정의 공정성 및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공공공사 입찰담합은 이익 극대화가 아닌 손실 최소화를 위한 불가피한 관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적정 공사비 확보는 공사품질 향상과 안전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도 "건설산업 내 입찰담합 행위가 지속되는 원인이 무엇인지, 어떤 시스템에 의해 유인되는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 아래 제재의 실효성과 제도 개선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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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연 미래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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