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민주거안정도 필요하지만 세입자만을 위한 법만 있으면 임대사업자들이 제대로 되겠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부동산3법'에 최종 합의한 지난 23일. 새누리당 한 의원이 전·월세대책을 요구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세입자 주거안정보다 집주인 부담 축소에 초점을 맞춘 정부·여당의 인식을 보여주는 얘기였다.
당정의 이 같은 인식을 감안하면 여당이 한 발 물러선다며 야당과 합의한 '주택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 설치도 과연 서민주거안정에 대한 진정성에서 비롯됐는지 의문마저 든다. 이 위원회는 주거급여 확대와 적정 임대료를 산정·조사하고 임대료 등 집주인과 세입자간 분쟁을 중재하는 기구가 될 예정이다.
여야는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해 조정위를 설치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논의 과정을 거쳐 관련법 개정 후 실제 시행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10% 수준인 전·월세전환율을 적정 수준으로 인하키로 한 것도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전·월세전환율은 전세 2년의 계약기간에 집주인이 보증부월세로 바꿀 경우에 한해서만 적용돼 재계약이나 신규계약 시에는 의미가 없다. 설령 낮춰지더라도 법적 강제력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서민주거안정에 크게 기여하진 않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전·월세대책 마련과 관련, 진정성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때문에 내년 3월 여야가 '주거복지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전·월세대책에 대한 논의를 하기로 한 것도 과연 실현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실효성에 의구심이 든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70%에 달한다. 서울 강남구와 강동구 등 재건축 추진단지 밀집지역에선 이주수요자들까지 더해지면서 전세난이 더욱 심화된다.
아무런 대책 없이 갑자기 월세로 떠밀린 서민들의 가계지출 부담이 커져만가고 있음에도 정부·여당은 집주인 눈치보기에 여념이 없다. "세입자만을 위한 법안만 있으면 임대사업자들이 제대로 되겠냐"는 질문에 "세입자만을 위한 법안이 있었냐"고 되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