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그들은 어디 있나요?

[광화문]그들은 어디 있나요?

문성일 부장
2015.01.14 06:04

너무도 허망하다. 토요일 오전에 찾아온 화마는 128명의 애꿎은 우리 이웃을 가해했다.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이들 중엔 꽃다운 3월의 예비신부도 포함돼 있었다. 황망함과 허무함 속에 망자의 사진도 걸려 있지 않은 빈소에선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웠고 조문객들은 음식에 손도 대지 않았다고 한다.

입이 닳도록 '위험한 모험'이라고 지적했지만 정부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2009년 당시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는 늘어나는 1~2인가구와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필요한 곳에 신속하면서도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한다는 명분으로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정책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 각종 건설기준과 부대시설 등의 설치기준을 적용하지 않거나 완화했다.

청약통장 가입금을 기초로 한 국민주택기금을 통해 연 2% 금리로 건설자금을 빌려줬다. 분양가상한제를 면제해줬고 소음기준 적용도 배제했다. 아파트의 경우 6m인 건물간 간격을 도시형생활주택은 1m로 낮춰줬다.

300가구 미만 아파트는 6m 이상 진입도로를 확보해야 하지만 연면적 660㎡인 도시형생활주택은 4m 이상만 확보하면 되도록 했다. 아파트는 가구당 1대 이상 확보해야 하는 주차장도 0.5대로 대폭 완화했다.

이번 의정부 도시형생활주택 화재의 피해가 더 컸던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스프링클러 등의 안전시설 설치도 강제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건축행위에 있어 제한적 요소를 모두 제거해줌으로써 ‘이렇게까지 해주는데도 사업을 안 할 것이냐’는 식이었다.

초기 눈치를 보며 주춤하던 관련 사업은 이듬해인 2010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됐다. 2011년과 2012년엔 인·허가 물량이 각각 8만3859가구와 12만3949가구에 달할 정도로 봇물을 이뤘다.

정부는 1~2인가구 증가와 서민주거안정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또 다른 목적이 숨어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목적은 '주택공급 확대'였다. 실제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07년 55만5792가구였던 주택건설 실적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과 맞물려 37만1285가구로 급감했다.

공급이 크게 줄면서 정부는 다급해졌다. 당시 전세난까지 발생하며 정부를 더욱 압박했다.

결국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단기간에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실제 일반아파트의 경우 짓는데 통상 2년6개월~4년가량 소요되는 데 비해 이보다 규모가 작은 도시형생활주택은 짧게는 수 개월에서 1년 안팎이면 건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갈증을 해소해줄 수 있는 방법이 됐던 것이다.

이 같은 판단은 맞아떨어졌다. 2009년(38만1787가구)과 2010년(38만6542가구)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발 경기악화 등에 따라 각각 38만여가구에 머물렀던 주택건설 실적은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이 봇물을 이룬 2011년과 2012년에는 각각 54만9594가구, 58만6884가구에 달했다.

이 기간에 공공과 민간주택 건설실적을 각각 비교해보면 더 확연해진다. 공공주택의 경우 △2009년 16만8300가구 △2010년 13만8315가구 △2011년 11만5349가구 △2012년 10만9609가구 등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2009년(21만3487가구)과 2010년(24만8227가구) 20만가구대를 유지한 민간주택은 2011년(43만4245가구)과 2012년(47만7275가구)에는 40만가구대로 급증했다.

이처럼 공급이 폭증했지만 정작 정부가 정책목표로 한 서민층의 주거안정은 별 도움이 안 됐다. 사실 각종 건축규제 완화로 시행업자들만 좋았을 뿐이다. 같은 비용이라도 더 많은 이익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세입자들은 적지않은 주거비용(월세)을 지급하면서도 주차 등의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비용을 아끼려는 사업주의 욕심 때문에 불량자재 등의 사용으로 안전에도 무방비로 노출될 것이란 우려가 그대로 적중했다.

그리고 이 같은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잘못된 정책목표만 달성하면 된다고 한 공직자들은 지금 그 자리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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