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에 '한국건설의 魂' 심는다 2015 - <2>말레이시아](1)'비전 2020' 10년간 500조원 '금맥' 시장


"말레이시아인들에게 한국은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 이상입니다. ‘빅뱅’ 등 유명 아이돌의 노래나 TV 연예프로그램 등을 통한 한류뿐 아니라 한국 건설기업들이 지은 초고층 빌딩을 보면서 한국인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졌어요."
지난 12일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만난 한 현지 건설업체 직원의 얘기다. 말레이시아가 동남아시아의 새로운 경제허브로 부상하면서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풍광은 하루가 다르게 화려해지고 있다.
실제 쿠알라룸푸르에서 가장 럭셔리한 쇼핑몰 중 하나로 꼽히는 ‘파빌리온쇼핑몰’(137만㎡)엔 약 500개 상점이 있는데 하루종일 나오는 음악은 바로 ‘K팝’이다. 이곳 역시 동남아를 뜨겁게 달구는 한류열풍을 피하지 못한 모습이다.

◇말레이시아에 분 '건설 한류'
한류에 앞서 이미 1980년대부터 말레이시아에서 한국 건설기업의 위상은 드높았다. 말레이시아의 대표적 아이콘으로 꼽히는 ‘페낭대교’와 ‘페트로나스트윈타워’(KLCC)가 모두 한국업체들의 손을 거쳤다.
페낭대교는 말레이시아 본토와 페낭섬을 잇는 13.5㎞의 교량으로현대건설(103,400원 ▼4,400 -4.08%)이 시공했다. 말레이시아를 상징하는 최고층 KLCC(452m)는 일본기업과 함께삼성물산(318,500원 ▲1,000 +0.31%)이 지었다.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텔레콤말레이시아타워’(310m)를 비롯해 ‘IB타워’(274m) ‘KLCC타워’(267m) ‘메이뱅크빌딩’(244m) 등은 대우건설이 시공했다. 말레이시아의 스카이라인 전체가 우리 건설업체의 손으로 그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 면적이 33만㎢로 한반도의 1.5배인 말레이시아는 고무·주석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최근 석유·천연가스까지 생산돼 1인당 국민소득이 1만2500달러로 동남아에서도 ‘부국’으로 꼽힌다.
특히 말레이시아 건설시장은 건축·토목·산업설비 등 공사발주 물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글로벌 건설업체들의 각축장으로 부상했다.
‘비전 2020’이란 장기 발전전략에 따라 2010년 말레이시아 정부는 앞으로 10년간 인프라·에너지·금융·관광산업 등에 총 4440억달러(약 500조8320억원)를 투자하는 중장기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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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2012년 18.6%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정점에 선 건설시장은 교통·수처리분야 대형 프로젝트의 발주 지연, 주택·부동산 개발 주춤 등의 영향으로 2013년부턴 10%대를 기록 중이다. 현재는 해외투자보다 내수 중심의 성장을 지향, 공공분야를 중심으로 건설시장 성장을 견인해 5%대 경제성장을 이룬다는 방침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석유화학, 전력, 철도 등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 추진이 기대되는 만큼 올해도 두자릿수 건설시장 성장이 기대된다. 특히 △도시철도(MRT) 75억달러 △노면철도(LRT) 27억달러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도 120억달러 등이 기대된다.

◇물량 많지만 우리나라 건설기업엔 ‘속빈 강정’…뛰어난 기술력 앞세워야
하지만 오랜 관행과 특수성으로 도시철도공사나 고속철도공사의 경우 수의계약이 많고 계약자가 이미 내정돼 있기도 해 수주가 쉽지 않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현지업체 육성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도 한국기업들의 공사수주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게다가 인력문제도 해법을 찾기 쉽지 않다. 국민소득이 상승하다보니 말레이시아인들은 점차 ‘3D업무’를 외면하고 있어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네팔 등 이웃국가에서 인력을 수입해야 한다.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말레이시아 진출기업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한국 건설업체들의 말레이시아 수주금액은 2013년 25건, 34억7554만달러를 정점으로 지난해에는 15건, 24억3861만달러로 70% 수준에 그쳤다. 올해는 지난 7월까지 6건, 9967만달러에 그쳐 지난해의 4%에 불과하다.
해외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최근 한국 건설업체의 수주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발주물량 자체가 감소한 데 따른 것이지만 현지업체의 시공능력 제고와 현지업체 육성정책 때문”이라며 “제2페낭대교와 고속철도 등 과거 발주된 대형 국가인프라 프로젝트도 중국계 건설회사가 수주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장기적으론 한국업체의 뛰어난 기술력을 앞세우고 금융조달능력을 배양해 현지업체가 수행할 수 없는 고부가가치 분야에 진출해야 한다는 게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건설기업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연승환 쿠알라룸푸르무역관 차장은 “한국이 강점을 지닌 환경·수처리기술분야, 태양광 등 녹색기술분야를 비롯해 초고층건물, 해상교량 건설, 대형 터널공사, 석유·가스·전력 등 고급건설기술분야에 초점을 맞춰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