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월세 받는 시대 ④보증보험 미가입 900만가구 '사각지대'

#서울 강서구 마곡에 원룸오피스텔을 분양받아 7년째 보유해온 직장인 A. 등록임대사업자 갱신 시기를 놓쳐 오피스텔이 주택수에 포함되면서 종부세를 내게 됐다. 울며 겨자먹기로 9년 전 분양가에 1000만원을 더해 급매로 내놓고 전세를 맞췄다. 그제야 사겠단 이가 나타났지만 이번엔 세입자의 반대에 부딪혔다. 전세 계약 시 추후 매도를 진행하겠다고 사전양해를 구했지만 막상 매수자가 나타나자 '깡통전세'를 우려해 반발하고 나선 것.
주택 매매와 전세 시세가 나란히 하락곡선을 그리면서 잠 못자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팔고싶어도 매수자가 나서지 않고 어렵게 매수자를 구해도 세입자 눈치를 봐야한다. 전세가율이 높은 것으로 공개된 지역의 임대인들은 잠재적 '전세사기범'이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까지 받는다. 매매와 전세 시세가 동시 급락하는 시장에선 '착한 임대인' 조차 보증금 전액을 돌려주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악의적 전세사기(검찰청 검찰 송치건수)는 2019년 107건에서 이듬해 97건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다시 187건으로 배로 늘었다. 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사고액은 2019년 3442억원에서 이듬해 4682억원, 2021년에는 5790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전세사기 추이와 무관하게 보증사고는 늘고 있는 것이다.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수한 임대인들은 금리 급등으로 매수세가 얼어붙어 팔고 싶어도 매도가 여의치 않다. 결국 전셋값 하락분 만큼 추가 자금을 변통해야 임차인에게 보증금 전액을 온전히 돌려줄 수 있다. 하지만 DSR(총대출원리금상환비율)에 묶여 전세퇴거자금 대출도 여의치 않다. 규제지역이나 다주택 여부를 따지지 않고 전세퇴거자금대출을 받으려면 대부금융권 외 대안이 없다. 이 때문에 임대인들은 전세금반환대출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9월 1일 '임차인 재산보호와 주거안정 지원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하지만 전세 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아예 모든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을 의무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는 등록 임대주택 160만 가구만 의무 가입 대상이다. 나머지 전월세주택 900만가구는 집값 하락과 역전세가 동반 심화될 경우 임차인 보호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전셋값을 조정할 순 없으니 손에 쥔 카드가 많지 않다"며 "세입자들이 보증보험에 최대한 가입하도록 유도하는게 최선"이라고 했다.
관련 입법 움직임도 있다. 지난해 5월 소병훈 의원이 대표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보증금 3억원 이하 임차주택의 경우 임대인과 임차인이 의무적으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HUG에 접수된 보증사고 중 약 90%가 전세보증금 3억원 이하의 주택들이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본회의 심의도 이뤄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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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신중하다. 원희룡 장관은 최근 국감에서 "무리한 갭투자로 발생한 '깡통전세'까지 구제책을 마련하지 않겠다"는 입장 밝힌 바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셋값이 (단기에) 올랐기 때문에 조정국면에서 어느 정도 혼돈은 불가피하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라며 "세입자들이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보증보험 이외에 추가 대책을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