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대책 실효성 논란]

"그런게 가능하기는 하나요."
18일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에 있는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만난 전세사기 피해자 30대 박모 씨는 '긴급주거지원' 신청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이른바 '인천 건축왕' 사건 피해자로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 7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그럼에도 박 씨가 긴급주거지원 신청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피해자들 사이에서 심사가 까다롭다고 알려진데다 만약 입주하더라도 월세를 부담할 자신이 없어서다. 그는 "정부 대책은 여전히 문턱이 높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지원 방안' 중 하나인 긴급주거지원 대책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에서만 전세사기 피해 규모가 3000세대 이상으로 집계됐지만 실제 긴급주거지원을 받은 피해자는 전국을 통틀어 10건 이하로 파악됐다.
18일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국토부의 '전국 전세피해 관련 긴급주거지원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입주한 피해자들은 9명에 불과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건축왕 사건이 있었던 인천 미추홀구가 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20대가 2명, 40대 2명, 50대와 70대가 각 1명씩으로, 당초 집중된 것으로 알려진 사회 초년생 외에도 중년층과 노년층까지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인천 연수구 1명, 대전 중구 1명, 대전 유성구 1명에 그쳤다. 이들은 모두 20대다.
전세사기 규모에 비하면 긴급주거지원 규모는 턱없이 작다. 인천 미추홀구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만 전세사기 피해 빌라나 아파트 규모만 118개 동 3131세대로 추정됐다.

긴급주거지원 대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다. 그 중에서도 지방자치단체 심사 통과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정부는 긴급주거지원 근거인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에서 '이재민'에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해당하지 않아 어렵다고 판단했다가 이를 번복했다. 이 과정에서 특정 지자체는 대책 마련에 혼선을 빚기도 했다.
주거지원과 금융지원을 동시에 받을 수 없는 것도 한계라는게 피해자들의 지적이다. 시세의 30% 수준이기는 하지만 전 재산 전부 날린 상황에서 월 임대료를 내기 쉽지 않은 이들도 적지 않은 것도 긴급주거지원을 신청하지 않는 또 다른 사정이다.
국토부가 당장 이달부터 지자체에서 발급받을 수 있도록 추진한 전세사기 피해확인서 발급도 쉽지 않다. '경매 낙찰자가 나와야 확인서 발급'에서 '경매가 시작되면 확인서 발급'으로 피해확인서 발급 조건이 다소 개선됐지만 막상 신청을 하면 '근린생활시설이어서 안된다'는 등 각종 단서가 붙는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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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달팽이유니온 관계자는 "국토부는 '전세사기 피해확인서는 경매가 시작되면 모두 발급해주겠다'고 했는데 실제 현장과는 괴리감이 있어 기초 자료를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마저도 주거의 질을 고려하지 않고 양으로만 지원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전세사기 피해자 대상 저리대출 등의 선택지가 있는 만큼 실제 긴급주거지원 건수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강제퇴거를 당하지 않는 이상 정부가 마련한 주택에 들어가는 사례가 드물다고 판단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사기 피해를 봤다고 모두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만든 임대주택 들어가고 싶어하지는 않는다"며 "현재 거주지에서 거주가 가능한 피해자들이 많고 나중에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현 거주지에 있는 게 유리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계부처는 "전세피해 정책의 일환으로 상반기 내 수도권 공공임대주택을 500호 이상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부의 설명대로 피해자들이 긴급주거지원 대책을 찾지 않을 경우 그동안 보여주기식 숫자 늘리기에 집중했다는 비판은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