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기자회견 부동산 발언…공급 의지에는 긍정적 평가·구체적 실행안 부재는 아쉬워

이재명 대통령이 규제·공급·세제 대책을 통해 부동산시장이 점차 안정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시장에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주택 공급을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구체적인 실행 방안 없이 원론적인 진단에 그쳤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근 강남권 하락과 서울 외곽 상승을 시장 안정 과정으로 볼지를 놓고도 의견이 갈렸다.
이 대통령은 18일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수도권 집중을 꼽았다. 일자리와 교육, 교통 등 정주 여건이 서울·경기·인천에 집중된 상황에서 한정된 주택과 토지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부동산 불패 심리와 집값 상승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수요를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단기적으로는 주택 공급 감소와 과거 대출 확대, 최근 늘어난 유동성이 집값을 밀어 올렸다고 봤다. 이 대통령은 2022년 이후 서울의 주택 인허가와 착공 물량이 절반가량 감소했다고 언급하며 당시 정부와 서울시의 공급정책을 비판했다. 특정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역시 집값 상승을 자극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택지 개발과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신속한 공급 확대 의지도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공급 진행 상황을 총리실에서 매일 점검하고 자신도 일주일 단위로 보고받고 있다며 조만간 추가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금리 상승과 대출 연체율 증가, 경매 물건 확대 가능성 등도 상승세를 제한할 요인으로 거론했다.
최근 강남권 하락과 서울 외곽 상승은 시장이 평탄화하는 과정으로 평가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둘째 주(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6% 오르며 84주 연속 상승했다. 강남구(-0.36%)와 서초구(-0.26%), 송파구(-0.12%)는 하락했지만 중랑구(0.51%), 도봉구·서대문구(각 0.47%) 등 강북·비강남권의 상승세가 서울 전체 가격을 끌어올렸다.
이 같은 이 대통령의 부동산시장 인식에 대해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전반적으로 공급 의지는 높이 샀지만 이를 실행에 옮길 구체적인 방안은 부재하다고 평가했다. 정부 정책이 시장 반응에 따라 자꾸 달라지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주택 공급을 일관되게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려는 메시지로 본다"며 "총리실에서 매일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대통령이 일주일 단위로 보고받는다는 설명도 시장의 불안 심리를 다독이려는 취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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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재건축·재개발 활성화가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려면 사업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연구원은 "서울 정비사업은 공사비와 사업비 상승으로 지연되는 곳이 많고 특히 강북지역은 비용 상승을 상쇄할 사업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며 "용적률을 완화하거나 법적 상한용적률 적용에 따른 임대주택 비율을 조정하는 등 실행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서울의 주택 공급 감소를 2022년 이후 정책의 영향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주택 인허가는 2016~2017년 이후 해마다 증감을 반복하면서 장기적으로 감소해 왔다. 가용택지가 부족해 정비사업 외에는 대규모 공급이 어려운 서울의 구조적 한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통령의 발언이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렀다는 평가도 있다. 신보연 세종대학교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수도권 집중이라는 진단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중장기 로드맵이 필요하다"며 "정책을 내놓은 뒤 시장 반응에 따라 보완하거나 유예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정책 신뢰가 떨어지고 불안감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을 유치하고 청년들이 지방에서 일하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조성해야 선순환이 가능하다"며 "공공기관이나 행정기관만 이전해 직원들이 출퇴근하도록 만드는 방식으로는 지방의 매력을 높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남권 하락과 외곽 상승을 '평탄화'로 보는 대통령의 진단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현재는 초고가 아파트 가격이 내려오고 중저가 아파트가 오르면서 양극화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도 "세제 개편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시장 참여자들이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면 1~2년 안에 가격 양극화가 다시 심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오세훈 탓을 해도 좋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대통령의 진단을 반박했다. 오 시장은 "주택이 착공에 이르기까지는 씨를 뿌리고 키우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현재의 착공 감소에는 과거 서울시의 정비구역 해제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강남 몇 곳의 주춤한 가격만 보고 '희망회로'를 돌려서는 안 된다"며 서울 외곽지역의 '키 맞추기 상승'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출이 안 되니 집을 살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전세마저 씨가 말라가면서 서울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있다"며 "청년을 서울 밖으로 밀어내고 중산층의 내 집 마련 희망을 끊는 것이 균형발전일 수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