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갈굴정(臨渴掘井)의 되새김
중국 춘추시대. 노나라의 소공이 제나라에 몸을 의탁한 일이 있다. 제 나라의 경공이 "어찌하여 도망치는 지경이 됐나"라고 묻자 소공은 "충신을 등용하지 않고 간신배와 소인배들만 옆에 두었다"고 한탄했다.
경공은 재상 '안자'에게 "소공이 잘못을 깨우친 것 같으니 노나라에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지 않겠나"고 묻는다. 안자는 "이미 때가 늦었다"고 답했다. 그는 "물에 빠지고서야 수로를 찾고, 길을 잃고서야 길을 묻는 것은 전쟁에 직면해서야 병기를 만들고 음식을 먹다가 목이 메어서야 물을 마시기 위해 급히 우물을 파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나온 말이 '임갈굴정'(臨渴掘井)이다. 목이 마른 뒤에야 우물을 판다는 뜻으로 준비없이 일을 당해 허둥대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1월, 당시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한 조찬강연에서 이 사자성어를 인용하면서 금융기관들에 경고메시지를 보냈다.
윤 전위원장은 "나라 안팎의 불확실성으로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금융회사의 쏠림과 경쟁이 심해지면 건전성이나 수익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며 그 어느 때보다 위험(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윤 위원장의 경고는 흘려버린 채 외형경쟁, 자산경쟁에만 몰두하면서 순이자마진(NIM) 하락과 자금조달 애로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1년이 흐른 지난 18일, 한국은행에서 주최한 '금융협의회'에 모인 시중은행장들은 "주식시장으로의 자금이동(머니무브) 현상이 완화돼 올해는 은행의 자금조달 여건이 호전되고 있다"며 모처럼 안도했다.
미국과 한국간 금리격차가 계속 벌어지면서 금리차익을 노린 외국자금 유입으로 금리가 계속 떨어지고 있고, 이는 미국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와 함께 우리 경제에 복병이 되고 있다.
금리하락과 머니무브 진정도 '추세'인지 일시적 현상인지, 유리한지 불리한지 아직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임갈굴정'은 은행들이 여전히 곱씹어봐야 할 경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