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수입 30배 늘린 비결은…

서울시향 수입 30배 늘린 비결은…

이새누리 기자
2008.07.23 09:11

'금융인 이팔성' 문화 CEO 변신 3년만에

학계도 주목, 연대 MBA서 특강

경영에 집중 음악은 정명훈에 전권

재정자립도 키워 공공성도 확대시켜

"이제 감성경영 우리금융에 접목할 것"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이 22일 연세대 강단에 섰다. 취임 1개월을 맞은 우리금융 수장이 아니라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로서다. 자리는 번트 슈미트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담당하는 글로벌 경영학석사(MBA) 과정의 '마켓이노베이션' 수업.

38년간 금융 외길을 걸어온 이 회장은 2005년 서울시향 대표로 '외도'해 화제가 됐다. 예술계로 나선 그는 2004년 1억3000만원이던 서울시향 자체 수입을 3년 후 33억원으로 늘려놓으며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이 회장은 서울시향 경영혁신의 성공 키워드를 '경영과 예술의 분리'에서 찾았다. 음악, 더구나 클래식에는 문외한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그는 취임 직후 '마에스트로' 정명훈씨를 영입했다. 경영은 이 회장이, 공연은 정씨가 책임지는 쌍두마차가 서울시향을 끌게 된 셈이다.

"음악의 질(quality)은 전적으로 마에스트로가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오디션도 철저히 봤어요. 여러번 오디션을 진행했는데 정 마에스트로의 수준에 맞지 않았는지 대부분 탈락하고 뉴욕 런던 암스테르담까지 가서 오디션을 진행했죠. 20명을 뽑는데 3000명이 지원했으니 서울시향 입단이 사법고시보다 어렵단 말도 나왔어요."

이 회장은 공연기획의 선진화를 위해 세계적 교향악단인 로테르담 필하모니의 공연기획자와 국내 교향악단 사상 처음으로 상임작곡가(진은숙씨)를 영입했다. 단원들은 연간 120회라는 살인적인 공연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고 연간 2만명에 그쳤던 서울시향 애호가는 10배로 불어났다.

그는 클래식문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도 받았다. 공짜표는 사라지고 '제돈 주고 제대로 된 공연을 보자'는 인식이 넓게 확산된 것이다.

"서울시향 시절 금융업에서 익힌 경영노하우가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요즘 각광받는 '감성경영'을 서울시향 경험을 토대로 금융에 접목하는 것을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금융계에 복귀한 이 회장의 새로운 과제다.

금융인 이팔성 회장은 음악을 '복수전공'하는데 심적 고충이 적잖았지만 해법은 결국 경영이었다.

"금융과 오케스트라에는 모두 3가지가 있습니다. 금융에는 주주, 고객, 직원이 있고 오케스트라에는 음악가와 지휘자, 고객이 있으니 비슷비슷한 거 아닌가요. 단지 금융은 돈으로, 오케스트라는 음악으로 매개되는 게 다른 점입니다."

그는 2005년 5월 세종문화회관 지하 단칸방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 사단법인을 설립했다. 서울시에서 예산을 지원받는 만큼 공공성과 수익성의 균형을 잡는 일도 어려웠다. 서울시향도 하나의 기업이므로 수익성이 있어야 하지만 당시 재정의 90%를 서울시 지원으로 충당해온 만큼 공공성도 무시 못할 과제였다.

 며칠 간의 고심 끝에 △세계적 교향악단으로 가는 단계적 위상 정립 △클래식음악의 저변확대로 시민문화 행복 증진 △고객 개발과 후원회 사업 강화로 재정자립도 향상이라는 3가지 목표를 정했다.

 정명훈씨 영입으로 음악의 질을 높이는 걸 우선으로 하되 공연의 절반은 '찾아가는' 음악회로 열었다. 나머지 절반은 진짜 서울시향을 보여주는 정기음악회와 기업의 협찬을 받는 음악회를 열며 수익을 얻었다. 나중엔 가만히 있어도 기업으로부터 협찬 요청이 쇄도했다.

 서울시향에 대한 이 회장의 애정은 여전했다. 그는 "3년을 했는데 음악으로 치면 4악장 중 1악장을 마친 것"이라며 "2·3·4악장이 남아있다. 4악장이 글로벌 오케스트라 수준이라면 적어도 3년 안엔 2악장이 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더 많은 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각 국도 오케스트라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그는 "최근 캐나다와 중국 베이징·상하이, 심지어 말레이시아도 정부투자로 세계적 뮤지션을 스카우트해 오케스트라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혹시 수강생이 비영리단체에서 경력을 쌓는다면 어떻게 조언해 주겠느냐"는 슈미트 교수의 질문에 "우리 세대는 한푼 더 주는 직장을 찾았지만 최근에는 급여보다 사회를 위해 보람 있는 일을 하는 직장에 더 지원하는 것같다"고 답했다.

실제 시향에 있을 때 지원자들의 교육수준은 최상급이었다고 한다. 그는 지원자 모두가 출중해 3주간 이 카드를 집었다, 저 카드를 집었다 하며 고심한 경험도 털어놨다.

 이 회장은 이제 서울시향에서 쌓은 경험을 우리금융 경영에 어떻게 '접목'할지를 늘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낙관이 담겨 있었다.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줄리어드음대를 나왔고 소니 회장도 도쿄대 음대와 베를린 음대를 거쳐 34세에 최연소 임원이 됐습니다. 저는 아직 (우리금융에) 취임한 지 1개월이 안돼 접목은 못시켰지만 앞으로 많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편 이날 강연의 '메신저'는 서울시향의 경영과정에 관심을 갖고 있던 박헌준 연세대 교수다. 그는 컬럼비아대 객원연구교수로 가면서 '빅씽크전략'으로 유명한 슈미트 교수에게 소개해줬다. 곧 서울시향 경영에 대한 두 사람의 공동연구가 시작됐다. 서울시향의 경영혁신 성공 사례 연구 결과는 이날 이 회장의 특강에 앞서 소개됐다. 또 오는 9월 쓰일 컬럼비아대 MBA 교재에 연구사례로도 채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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