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벤처캐피탈에 집합투자업 허용을

[기고]벤처캐피탈에 집합투자업 허용을

강상백 여신금융협회 상근부회장
2009.03.09 10:02

지난달 4일 각종 금융규제를 완화하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이 오랜 산고 끝에 발효됐습니다. 영국 미국 호주 일본에 이어 우리도 금융산업의 빅뱅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딛게 된 것입니다.

이로써 증권과 자산운용, 선물, 신탁 등 금융업종간 칸막이가 없어지고 자본시장이 하나로 통합됐습니다. 금융투자업자는 은행과 보험의 고유업무를 제외한 자본시장의 모든 업무를 겸업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나 유망 기업 발굴 및 육성, 기업구조조정 등의 업무를 영위하는 벤처캐피탈업계는 크게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에서 금융투자업자에 벤처캐피탈업무 겸영을 허용한 때문입니다.

금융투자업자는 벤처투자, 기업공개, 자금지원, 인수·합병(M&A) 등 벤처투자 관련 일련의 업무를 모두 담당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과거에도 증권사들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할 수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금융투자업자가 벤처캐피탈로 지정되면 조세특례는 물론 정부의 자금지원과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이나 창업투자조합, 기업구조조정조합 등 펀드 운용도 가능하게 됩니다.

정부는 금융투자업자에 이들 업종에 대한 겸영업무를 허가해 혁신형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기능을 강화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는 경쟁에 의한 구조조정을 통해 소수 대형 금융투자회사를 육성하겠다는 정책적 의도로 풀이됩니다. 그러나 이 경우 금융투자업자에 비해 자금력과 조직력이 뒤떨어진 벤처캐피탈업자는 경쟁력을 잃을 것입니다.

금융업에서 대형화와 겸업화는 세계적 흐름입니다. 문제는 대형화와 겸업화 이전에 금융업종간 동등한 경쟁여건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자본시장법 발효로 금융투자업자는 벤처캐피탈업무를 겸영할 수 있게 됐으나 기존 벤처캐피탈업계의 금융투자업 겸영여부는 매우 불투명합니다. 관계부처는 벤처캐피탈업계의 금융투자업 겸영 허용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자는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금융투자업자는 종합금융기관으로 발전을 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와 달리 벤처캐피탈업자는 금융투자업자를 상대로 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상황입니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업무는 실패확률이 큽니다. 투자회수기간도 5년 이상으로 매우 깁니다. 이러한 약점으로 타 업권의 금융상품과 경쟁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벤처기업 투자에 세제혜택과 정책자금을 지원해왔습니다.

따라서 자본시장법 시행령대로 금융투자업자가 벤처캐피탈업무를 겸업하면 금융투자업자들도 이같은 제도적 장치들을 동일하게 누리게 됩니다. 결국 벤처캐피탈업계의 약점을 보완해 타 업권과 공정한 경쟁력을 갖춰주기 위해 수립된 정부 대책의 본래 취지는 퇴색될 것입니다.

금융투자업자에 벤처캐피탈 겸영을 허용한다면 당연히 벤처캐피탈에도 그에 상응하는 제도 지원을 해 동등한 경쟁여건을 조성해야 합니다. 이는 진입 활성화와 공정경쟁 촉진을 통한 자본시장의 활력 제고라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정의 기본취지에도 부합합니다.

벤처캐피탈업계에 폭넓은 금융투자업무를 허용하고 여기서 축적한 경험과 수익을 바탕으로 벤처기업의 투자를 증대한다면 국내 벤처산업의 발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자본시장법의 금융투자업무 중 집합투자업은 벤처캐피탈업계가 영위하는 투자업무와 매우 비슷합니다. 따라서 벤처캐피탈업자도 충분히 영위할 수 있는 업무영역입니다. 관계부처간 원만한 협의와 조속한 법 개정으로 벤처캐피탈업계에 집합투자업 허용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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