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 당국 중기 대출 독려 여파, '자금사정' 반영 못해
중소기업 대출 금리가 대기업 보다 낮은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졌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중기 대출을 독려하면서 신규대출의 '금리 역전'이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대출 금리와 무관하게 중소기업의 재무 건전성은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의 가격 기능이 무너지자 은행권에선 '역마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2일 금융연구원이 내놓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대출금리 역전현상에 대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신규 중기대출 평균금리는 지난해 말 7.31%에서 올 1월 5.88%, 2월 5.51% 등으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 금리는 6.79%에서 6.08%, 5.71% 등로 하락세가 비교적 완만했다. 이 탓에 지난 1월과 2월 중기대출 금리가 대기업보다 낮아지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은행권이 정부와 맺은 양해각서(MOU)에 따라 패스트트랙(신속지원), 보증 확대 등을 통해 중기 대출을 늘린 결과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기대출 목표를 맞추기 위해 은행들이 우량 중소기업 위주로 경쟁적으로 금리를 깎아줬다"고 전했다.
대기업 대출은 오히려 줄고 있는 추세다. 상대적으로 대기업의 자금 수요가 적었던 데다 대기업 대출을 늘리면 중기대출 비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인위적인 조절에 나선 때문이다.
문제는 대출 금리가 중소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연체율, 신용위험지수, 회사채시장 상황 추이 등을 고려할 때 금리역전 현상은 기업의 재무건전성이나 자금사정과는 무관한 것으로 분석 된다"고 진단했다.
실제 중기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1.70%에서, 올 들어 1월 2.37%, 2월 2.67%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 대출의 경우 같은 기간 0.34%, 0.59%, 0.63%로 중소기업에 비해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
시장의 가격 기능이 무너지자 은행권에선 '역마진'을 우려하고 있다. 서 연구위원은 "정부가 대출의 쏠림현상으로 인한 부작용 완화를 위해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대기업 및 가계 대출이 위축될 소지가 있어 시장실패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