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희망고문'에 괴로운 할부업계

[기자수첩]'희망고문'에 괴로운 할부업계

오수현 기자
2009.04.20 08:34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습니다. 이런 생색내기용 지원 대책은 차라리 발표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부의 '희망고문'에 할부금융사들의 속은 바싹 타들어가고 있다. 정부의 유동성 지원 계획에 큰 기대를 걸었다가 기대와 너무나 동 떨어진 지원에 실망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우정사업본부를 통해 자동차 할부금융사들에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원 대상을 신용등급 'AA' 이상 우량사로 한정하자 업계는 실망을 넘어 냉소적인 반응마저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발족한 채권시장안정펀드가 운용처를 신용등급 AA 이상 '초우량'채권에 한정해 정작 자금이 필요한 업체들이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터였다. 비우량사들은 우정사업본부의 지원에 다시 한번 기대를 걸었으나, 지원대상이 채안펀드와 다를 바가 없자 분통을 터뜨린 것이다.

그나마 채안펀드는 신용보강이 이뤄진 경우 A 등급 채권도 매입했지만, 우정사업본부는 지원대상을 AA 등급 이상으로 못 박아 지원 범위는 오히려 축소됐다.

현재 AA 등급 자동차 할부금융사들은 5~6%의 안정적인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 그러나 대우캐피탈·우리캐피탈 등 A 등급 이하 업체들은 올 들어 단 한차례도 회사채를 발행하지 못해 자산유동화증권(ABS) 위주로 8~9%의 높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그러나 채안펀드는 지난 6개월간 자금조달이 원활한 AA등급 업체인 신한카드와 현대캐피탈에 각각 1000억원 이상을 지원한 반면 대우캐피탈과 우리캐피탈엔 약 600억원 가량만 지원했다.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엉뚱하게 부유층 가구에 건넨 셈이다.

정부는 이 같은 비상식적인 지원 대책을 접고 보다 실질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신용등급에만 연연할 것이 아니라 업력과 회생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삼아 그간 업계에서 내실을 다져온 중견기업들이 문을 닫는 일이 없도록 신속하고 과감한 지원을 펼쳐야 한다.

어렵사리 마련한 '보약'을 자꾸 건강한 사람에게 먹이는 일은 이제 그만할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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