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멀어지는 '성공인생'

[기자수첩] 멀어지는 '성공인생'

도병욱 기자
2009.08.17 08:27

'서울에서 집 1채 사면 성공한 인생'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서울에서 내 집을 장만하기가 간단치 않고, 그 난이도는 다시 커지고 있다.

서울의 집값은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30∼40% 급락한 미국 대도시 등과 달리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말 호가가 일부 내려가기는 했지만 서민들은 반토막난 펀드 등으로 금융자산이 쪼그라들면서 선뜻 '용기'를 내기 어려웠다. 주가는 우여곡절 끝에 회복되고 있지만 이제 집값이 출렁이고, 금리도 꿈틀거리고 있다.

주택가격은 서울 강남의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인다. 한국은행이 잇따라 명시적인 경고음을 낼 정도가 됐다. 특히 앞으로 집값에 반영될 가능성이 큰 전세가격도 눈에 띄게 올랐다.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2~4배 정도 증가했다.

금리 움직임도 심상지 않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시장금리가 앞서나간 측면이 있다며 '조정'(하락)을 예고했으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더 높아졌다. 이에 연동되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근 2주새 0.04%포인트가량 상승했다. CD금리 상승분이 곧바로 대출자의 부담으로 전가되는 셈이다.

금리 상승은 서민들에게 양날의 칼이다. 기존 대출이자의 부담이 커지는 데다 새로 대출을 얻어 집을 장만하기도 어려워진다. CD금리는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한 상태다. 이래저래 서민들이 '성공한 인생'을 꿈꾸기는 아득해 진다.

최근 들어 서민을 부쩍 강조하고 나선 정부의 짐도 무거워지게 됐다. 한번 상승세를 탄 집값은 정부조차 제어하기가 쉽지 않다. 정책당국자들은 "(주택)시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의연한 모습이지만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노자는 "좋은 정치란 백성들이 생각은 텅 비우고 배는 가득 채우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맹자는 정치가를 두고 노심자(勞心者), 즉 '걱정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지금 주택대출과 부동산대책을 세우는 이들은 국민의 생각을 비워주기 위해 또 노심자로서 어떤 카드를 내놓을까. 서민의 눈이 당국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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