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A매치데이는 이제 그만"

[기자수첩]"A매치데이는 이제 그만"

도병욱 기자
2009.10.23 11:28

지난 17일 한 취업 관련 사이트 게시판에는 평소보다 많은 질문이 올라왔다. 질문 대부분은 "신한은행 필기 보러 갈까요, 국민은행 필기에 갈까요"였다. 두 은행 모두 이튿날(18일) 신입행원 공채 필기시험이 치러진 때문이다.

산업은행과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수출입은행 등도 이날 필기시험을 진행했다. 취업준비생들은 이날을 축구 국가대표팀 대항전이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날에 빗대 '금융권 A매치데이'라 불렀다.

수험생들은 이날 이리뛰고 저리뛰어야 했다. 시험 하나를 마친 뒤 허겁지겁 택시를 잡아타고 다른 고사장으로 이동하는 '두탕 뛰기'는 예사였다. 오토바이 퀵서비스를 불러 이동한 수험생이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렸다.

이렇게 해서라도 시험 2가지를 보면 다행. 서류합격자가 가장 많은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경우 시험시간이 아슬아슬하게 겹쳤다. 두 군데 모두 서류전형을 통과한 이들은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했다.

어느 은행의 경쟁률이 낮을지 가늠하며 눈치작전을 벌이는 준비생도 있었고, 일부는 오전에 치른 신한은행 논술시험을 망치면 국민은행 시험장으로 이동한다는 작전을 세우기도 했다.

한 금융권 지망생은 "분량이 만만치 않은 자기소개서를 밤새 써서 서류전형에 합격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이유로 한 군데를 포기하게 됐다"며 "가뜩이나 취업이 힘든데 많지 않은 기회를 버리자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물론 은행 입장에서는 각자 일정에 맞춰 전형을 진행하다보니 불가피하게 날짜가 겹칠 수도 있다. 다만 1~2시간이라도 늦추거나 당기는 등의 배려가 있다면 금융권을 바라보며 잠 못이루는 취업준비생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A매치데이에서 한 군데를 포기한 수험생은 "은행들이 잡셰어링을 한다고 생색내기 전에 시험날짜는 어렵더라도 시간 만이라도 겹치지 않게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불과 몇해 전 입사전쟁을 치른 기자도 당시 이런 심정이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