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일본의 대형 대부업체들이 국내 저축은행 인수에 관심이 높다는 보도를 많이 접한다. 국내 서민금융시장 대부분이 일본 자본에 잠식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자본시장이 자유화된 이상 걱정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국내 금융기관과 자본들이 서민금융시장을 돌보지 않는다면 다른 외국자본이 침투해 들어올 것은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의 벽만 높인다고 해서 서민들이 겪는 어려움이 해결되진 않는다. 미소금융재단 출범 등 정부가 나름대로 대안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근본적인 처방부터 다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2002년 등 떠밀리듯 마련된 대부업 관련법이나 이자제한법은 물론이고 각종 금융관련 법규와 규제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시점이다. 일본계 자본이라도 자금의 투명성과 일정부분 공공성이 보장된다면 서민금융시장에 적극 참여시키는 방안도 생각해볼 만하다.
다른 금융시장에는 외국계 자본이 들어올 수 있는데 서민금융시장만 진입을 규제한다면 또다른 차별논란을 불러올 소지가 있다. 현실을 무시한 처방보다는 국민의 입장에서 이해당사자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포괄적인 대책 마련이 꼭 필요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대형 대부업체의 여신전문회사로 진입을 허용하는 것이다. 당국에선 그동안 여신전문회사 진입을 막은 규제를 일부 조정해 자연스럽게 대형 대부업체들이 여신전문회사로 전환할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
당국은 그간 지방자치단체에 있던 감독권을 넘겨받게 돼 사실상 대부업체들이 제도권에 편입됐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다소 지나친 감이 있다. 수많은 대부업체의 영업이나 재무상황 등 세부내역은 여전히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업체를 제도권으로 확실히 편입하고 관련법도 다시 점검해 철저히 보완할 필요가 있다. 여러 규제가 따른다는 점에서 그간 제도권 진입을 꺼리던 일부 대형 대부업체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법적 보호 등 제도권 진입에 따른 장점도 많기 때문이다.
살인적인 금리의 불법사채 문제가 종종 제기된다. 여기서 불법 사채이자를 따져보기 앞서 과연 채무자들이 왜 이렇게 높은 금리의 사채를 쓰게 됐는지 정책 책임자들은 검토해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제도권 금융기관은 물론 등록 대부업체에서도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이들은 과연 어디서 돈을 빌릴 수 있을까. 신용등급 최하위권에 속한 국민들이 어떤 이유로 돈을 빌리고 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세부적인 내용까지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승용차만 타는 정책담당자가 지하철 대책을 마련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저신용자들의 대출규모 적정선과 상환방식 등에 관한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한데 아직 그런 분석이 나왔다는 소식은 접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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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권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참여도 필요하다고 본다. 중소기업에 대한 의무대출 비율을 정하듯 서민대출비율 등을 정해 다양한 금융기관들이 서민금융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현재 은행과 대기업이 참여하는 미소금융재단이 있지만 대출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물론 원칙상 불가피하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하루하루 생활자금이 없어서 고통받는 저신용층이 살인적인 고금리의 불법시장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면 문제다.
대부업체의 제도권 편입과 서민금융에 관한 정책적 지원, 이를 위한 심층적인 연구를 서두르지 않는다면 우리보다 앞선 노하우를 지닌 일본 대부업체들에 국내 서민금융시장이 잠식당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