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키코 항변, "우리 얘기도 들어주세요"
국정감사 시즌을 맞아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대응을 자제했던 은행들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일부 시중은행과 외국계은행은 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키코 관련 기자 설명회를 열었다. 은행들은 '사기 판매'로 거액의 손실을 입었다는 키코 피해 중소기업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키코 손실 3조원 '과대포장', 환차익 고려해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08년 6월말 기준으로 당시 키코 계약을 체결한 중소기업은 모두 480개. 이 중 키코 계약잔액이 수출금액을 초과(오버헤지)한 업체는 68개로 키코 기업 전체 손실액은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들은 그러나 "키코는 헤지상품이어서 오버헤지가 아닌 이상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오버헤지한 68개 업체 외에 나머지 기업들은 손실을 입은 바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수출액 범위 내에서 키코 계약을 체결한 상당수 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이 키코 평가 손실을 상회, 전체적으로 이익을 봤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키코 손실액 3조원은 단순히 회계장부상에 나타난 개별기업의 평가 손실을 합한 것"이라며 "기업들의 영업이익으로 잡히는 환차익을 고려하면 손실액이 크게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환율급등은 '불가항력', 키코 가입 강요 없어"= 은행들은 키코가 주로 판매된 2007년에서 2008년 상반기까지 고위험상품인 키코 가입을 강요했다는 기업들의 주장도 반박했다. 기업들이 은행과 협의를 통해 유리한 계약조건의 키코 상품을 자율적 판단으로 구입했으나 예상치 못한 금융위기로 2008년 하반기 환율이 급등해 손실이 났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환율상승을 미리 알고도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속여 키코를 판매했다고 주장하지만 환율 움직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 한다"며 "당시 기업에 국내외 기관의 환율전망 자료를 기업에 제공했고 불가항력으로 환율이 급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은행들은 키코 판매 당시 기업 담당자들과 통화한 내용을 녹취한 기록을 근거로 '불완전판매'나 '사기판매'는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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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도 거액 손실, 국부 유출 사실과 달라"= 중소기업들이 거액의 손실을 입은 반면, 은행들은 키코 판매로 이익을 취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억울하다는 게 은행권의 입장이다. 관련 법령과 내부규정에 따라 환율이 상승하더라도 '반대거래'가 이뤄졌으므로 은행이 키코 거래로 '환차익'을 얻을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참석 은행들은 키코 상품 마진율(평균 0.3~0.8%)도 환전(1.0% 이내), 펀드(0.7~1.82%) 등 다른 금융상품들에 비해 과도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키코 거래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은행도 상당한 손실이 발생하고 있어 폭리를 취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고객인 중소기업이 변제하지 못하는 금액만큼 은행 또한 대손비용이 발생한다"며 "중소기업과 은행 모두 고통을 나누어 당하고 있는 피해자인 셈"이라고 말했다.
◇"선의의 키코 피해기업과 '상생노력' 지속"= 은행들은 이날 별도의 키코 관련 설명회를 연 배경에 대해 선의의 피해기업들 외에 다수의 키코 관련 중소기업들이 정서적인 여론몰이로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키코 기업들이 주장하는 손실 규모나 은행들의 불공정판매 및 부당이익 수취 등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그 동안 은행 평판 리스크나 선의의 피해기업들을 고려해 대응을 안 했지만 은행들이 일방적으로 매도당하고 있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그러나 이와 별도로 정부와 협의해 키코 피해기업들을 위한 '상생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은행들이 키코 피해 기업을 대상으로 '경영정상화 지원 종합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패스트트랙 연장과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를 위해 고통을 분담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