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매각 공식 방송에 하나금융 행보 전해지자..직원들 "또 사모펀드냐"

래리 클레인외환은행행장이 사내방송으로하나금융지주(110,400원 ▲1,600 +1.47%)가 인수한다는 사실을 공식화한 24일 저녁, 외환은행 본점이 있는 을지로 역 주변 술집들이 이 은행 직원들로 북적였다고 합니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방침이 알려진 지난 16일 이후 두 번째로 행해진 사내 방송에서 처음으로 클레인 행장은 하나금융의 이름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그 전에는 그냥 '국내 한 금융사'로만 언급해왔죠. 하나금융 인수에 반대하는 직원들의 정서를 감안했다는 풀이입니다. 그랬던 클레인 행장 입에서 하나금융 인수가 재확인되자 직원들의 입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 소식이 더해지면서 술잔을 기울일 이유를 더했습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외국계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과 KKR 등과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이죠. 약 4조7000억원으로 알려진 인수자금의 절반을 마련하기 위해섭니다.
외환은행 직원들은 '사모펀드(론스타)서 되찾는다더니 또 사모펀드냐', '이럴 거면 하나금융에 팔릴 이유가 없다'는 반응입니다. 론스타로의 매각 후 2005년 1조9200억원의 순익을 낼 때까지 외환은행은 긴축경영을 해왔습니다. 순익이 잘 나기 시작하자 대주주 론스타는 매년 배당금을 챙겨갔습니다. 지난 3분기의 경우 순이익의 30%를 배당으로 가져갔죠. 사모펀드가 들어올 경우 론스타처럼 고배당을 요구할 것이고, 이는 결국 '하나+외환'의 순이익을 줄이는 결과가 될 것이란 우려지요.
한 외환은행 직원은 "1+1이 2가 되는 게 아니라 1.3이나 1.5가 될 것"이라며 "하나보다 외환의 내실이 더 좋은 게 사실인데 결국 두 은행의 합병은 외환에게만 마이너스"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외환은행 임직원들의 자부심은 대단합니다. 외환은행은 유일하게 공적자금이 들어오지 않은 은행인데다, 전문 경영인의 손에 의해 본업에 충실한 은행으로 성장해왔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외환은행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도 9000억원의 흑자를 냈습니다. 외국환 부문과 기업금융이 이 은행의 자랑입니다. 하이닉스나 현대건설 등의 주채권은행을 맡아 죽어가는 기업을 회생시켰다는 은근한 자부심도 빼놓을 수 없지요.
그런 최고의 직원들이 구조조정을 당하거나 살아남더라도 불이익을 당할 것이란 우려가 상당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40여 년간 쌓아온 노하우가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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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들이 무조건 하나금융으로의 매각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걱정은 매각 이후 화학적 결합 여부죠. 하나금융이 충청은행과 보람은행, 서울은행 등을 인수하며 커놨는데도 여전히 지주사 중 4위에 불과한 것은 내부통합에 실패했기 때문이란 지적입니다.
다른 외환은행 직원은 "여기에 외환은행까지 5곳이 되면 과연 조율이 제대로 될 수 있겠느냐"며 "대주주인 론스타가 팔고 나갈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 유지라든가 이런 점들을 좀 하나금융에서 확답을 받고 할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외환은행 직원들은 25일 아침에도 출근 전 노란 띠를 두르고 거리 시위를 했습니다. 금융위원회 앞 시위와 하나은행 본점 앞 시위 등도 계속하고 있지만,현대건설(149,800원 ▼2,600 -1.71%)매각, 연평도 포격 사건 등 굵직한 현안 속에 가려지고 있어 속상한 분위깁니다.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앞에는 '하나금융 인수 반대' 등의 문구가 적힌 큰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누구는 마지막까지 론스타가 마음을 바꾸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을 버릴 수 없다고 합니다. 누구는 또 이런 얘기도 합니다. "하나은행의 로고에 날개를 달아 보세요."
손님을 맞는 사람 형상의 하나금융 로고에 날개 모양의 외환은행의 로고를 합치면 날개달린 사람의 모습이 된다는 얘깁니다.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이란 날개가 달릴지, 통합에 실패하고 여전히 4위 지주사로 남을지는 앞으로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