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영업대전?, PF부실 반면교사 삼아야

은행 영업대전?, PF부실 반면교사 삼아야

오상헌 기자
2011.01.04 14:52

[기자수첩]출혈경쟁은 부작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끊어야

# "퇴직연금요? 말도 마세요. 은행들이 죽기 살기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만난 A시중은행의 한 지점장이 전한 말이다. 그는 "은행권 내에서 이른바 '빅3' 은행간 퇴직연금 전쟁이 가열되면서 역마진까지 감수해야 할 상황"이라며 "퇴직연금 1, 2위 은행간 수탁고 차이가 불과 300억원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 서울 강남의 B시중은행 지점장은 지난 해 말 수년 간 거래관계를 맺어 온 한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로부터 잇따라 거래은행을 바꾸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기존 대출보다 낮은 금리를 제시한 경쟁은행에 우량 고객들을 빼앗긴 것이다.

이 지점장은 "경쟁은행에서 1%포인트 이상 금리를 낮게 제시하고 대출을 갈아탈 때 내는 각종 수수료도 면제해 줬다더라"며 허탈해 했다. 그는 "신규 대출처가 마땅치 않아 어쩔 수 없이 우리도 금리를 낮춰서라도 다른 은행 고객들을 빼앗아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은행업계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영업경쟁'의 사례들이다. '4강 체제' 전환을 앞둔 은행권은 작년 하반기부터 이미 전장(戰場)으로 변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2~3년간 '자산 정체기'를 보낸 은행들이 본격적으로 시장 지배력 확대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외형경쟁'과 과도한 '쏠림현상'의 후폭풍이다. 한 시중은행 경영전략 담당 부행장은 "과거 은행간 외형경쟁 영역이 가계대출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었다면 지금은 우량 중소기업과 퇴직연금 시장으로 경쟁 영역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물론 은행들간 영업경쟁은 불가피하다. 고객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 하지만 '출혈경쟁'은 언제나 위기를 낳았다. 부동산경기 활황기였던 2005~2008년 은행들이 너도나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올인'했다 부실채권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현실이 비근한 예다.

주요 시중은행장들은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지난 3일 신년사를 통해 일제히 "자산 건전성 관리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이런 다짐이 '공언'(空言)으로 그치지 않길 기대한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리기엔 금융시장에 잠복한 위기 요인이 여전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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