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꼭 1년만이다. 지난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정확히는 금통위 뒤 열리는 한은 총재의 기자간담회를 현장에서 지켜본 것 말이다.
우선 간담회 석상의 마이크 앞에 선 이가 이성태 전 총재에서 김중수 총재에서 바뀌었다. 간담회의 분주함 등은 여전했지만 매달 봤더라면 그냥 넘어갔을 수도 있는 사소(?)한 변화가 느껴졌다.
이성태 전 총재 재직 시절 한은 총재가 간담회를 갖는 동안에는 부총재보 한명과 내부의 정책기획국장이 총재 뒤에 앉아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들의 의자가 깨끗이 치워져 있었고 휑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유를 알아보니 김 총재 취임 후부터는 이 둘의 의자가 치워져 있었다는 게 한은쪽 설명이었다. 총재가 말할 동안 그들의 부연 설명이 필요한 적이 거의 없었다는게 첫번째 이유였다. 또 이 전 총재는 앉아서 간담회를 진행한 반면 김 총재는 서서 말을 하기 때문에 뒷자리에 앉아있는 이들이 있으면 어색할 것 같다는 내부 판단도 있었다고 한다.
언뜻 보면 별 문제가 없어보인다. 하지만 의자를 치울 때 한은 수뇌부가 간과했던 것이 있다. 한은 총재가 설명하면 내부의 담당 임원과 보직 국장, 그리고 이들을 포함한 한은 직원들이 이를 묵시적으로 지지한다는 상징성 말이다. 내부에서조차 '의자 정리'를 모르는 이도 꽤 있었다.
총재가 금통위 논의 결과에 덧붙여 현재 경제상황 인식에 대해 말하지만 내부 우군은 많지 않다는게 한은 내외부의 평가다. 몇 달 전부터 직원 따로, 총재 따로라는 인식마저 느껴진다.
이례적인 1월 금리 인상도 정부의 물가 대책이 발표되기 직전에 공개된 것이어서 '한은이 여전히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시장의 인식도 여전했다. 독립성 훼손으로 자존심에 상처입은 한은 직원들의 사기를 고려했다는 설도 나왔다. 실제로 금통위원 공석 사태까지 겹쳐지며 한은 금통위가 그저 그런 회의 쯤으로 인식되는 경향마저 있다.
한은이 미친 존재감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현재같은 무존재감이어서는 더욱 곤란하다.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한은 1층 벽에도 붙어있는 '물가 안정'이라는 존재목적이 꼭 그렇다. 의자가 치워져도, 총재가 바뀌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