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인사는 나 봐야 안다고들 한다. 나기 전에는 각종 '설'을 비롯해 온갖 하마평이 난무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뜻밖의 결과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때 되면 알게 될 일에 사람들의 말이 이토록 많은 것은 조직에서 인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인사는 낡고 오래된 것들을 닦아내고, 적재적소에 새로운 인물을 배치하는 조직 운영의 중요한 단계다. 특히 피라미드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CEO 인사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다.
떠들썩했던 금융권의 CEO인사가 마무리되고 있다. 지난 14일에는신한지주(99,900원 ▼100 -0.1%)의 차기 회장이, 15일에는우리금융지주의 차기 회장이 내정됐다. 두 곳 모두 정식 선임은 오는 3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하지만, 각 기관에서 구성한 인사위원회가 오랜 기간 검증을 거쳐 선임한 후보 인만큼 사실상 확정됐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신한과 우리금융의 회장 내정자는 겉보기에 비슷한 점이 많다. 전 신한생명 부회장인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내정자는 28년간 신한금융에서 근무했다. 금융권 최초로 연임에 성공한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 역시 37년간 우리금융에서 일했다. 두 내정자 모두 오랜 기간 한 은행에서 근무하면서 조직 돌아가는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내부 출신 회장이다. 평가도 그렇다. 이름 앞에 '과감한, 열정적인' 보다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두 내정자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은 사뭇 다르다. 신한금융은 구체적인 '방향설정'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신한사태 이후 신한이 계속 강조한 것은 '신뢰회복'이었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추상적인 신뢰회복이 아니라 복잡한 시기를 거치면서 생길 수밖에 없었던 '네 편과 내 편'을 '같은 편'으로 만드는 것이다. 한동우 내정자 역시 "형과 부모의 마음으로 모두 끌어안겠지만 분파주의가 계속될 경우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편 가르기를 없애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긍정적인 일이다.
신한이 새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면 우리금융은 이미 설정된 '액션플랜'에 대한 액션을 취해야 한다. 지난해 한 차례 중단됐다 다시 추진 중인 우리금융 민영화 문제의 성공적 해결이 이팔성 회장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회장추천위원회도 "(이 회장은)금융업에 대한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민영화 마무리를 비롯한 우리금융의 현안을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평직원들의 인사에 문제가 있으면 다음 인사 때 시정해 반영을 하면 된다. 하지만 CEO는 인사과정과 결과에 상관없이 인사가 난 뒤에는 무조건 '잘'해야 한다. 다음 인사철을 기약하기엔 그때까지의 짐을 고스란히 아래 사람들이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두 내정자 모두 '잘'하길, 그래서 이번 인사가 '좋은'인사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