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린 결국 '보험쟁이' 아닙니까" 예금보험공사(예보)의 한 간부는 사석에서 '자기본연의 일'에 대해 이렇게 정리했다. 예보는 사실 일반인에게 그동안 이름도 다소 생소한 공기업이었다.
#지난 2일 밤, 유명 포털사이트 검색순위 1위에 난데없이 '예금보험공사'가 올라왔다. 최고 인기 방송프로그램도 아이돌스타도 제친 까닭은 예금자들 때문이었다. 영업 정지된 저축은행 예금자들의 가지급금 신청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이날 예보 홈페이지는 다운됐다.
예보는 금융시스템 유지에 막중한 임무를 담당한다. 은행에 마음 놓고 돈을 맡길 수 있는 것도 예보가 있어서다. 예보는 각 금융기관들로부터 보험료를 받고 문제가 생겼을 때 대신 예금을 지급해주는 등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금융사들이 예보에 낸 보험료만 1조1600억원이다.
그러나 이런 무게감에 비해 예보 직원들 사이에는 자조감이 적지 않았다. 예금자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보험료를 아끼기 위해서는 금융기관들의 부실여부를 신속히 판단해야 하는데 제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과 매년 공동검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늘 아쉽다. 자체적으로 특정 금융사의 위험성을 알아차려도 금감원과 '협의' 없이는 조사할 수 없다. 독자적 검사권한이 없는 탓이다. 올해도 24개 저축은행의 검사를 위해 14명의 전담인력이 뛰고 있지만 지휘통제의 중심은 감독당국이다.
금융위원회는 9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저축은행 대주주의 부실책임을 따지기 위해 검찰·금감원·예보와 공동조사를 펼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조사가 끝날 즈음 예보가 투입되던 관행을 바꿔 보다 일찍 예보도 조사에 참여시키겠다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 역시 효율성을 위해서이지 예보 권한을 강화시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예보는 규제위반을 살피는 감독당국과 달리 재무건전성에 좀 더 초점을 맞출 수 있다. 물론 불필요한 '검사중복'이 돼서는 안 된다. 다만 '보험쟁이'가 예금자를 보호하고 보험금을 낭비하지 않도록 부지런히 뛰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활용 가능한 550여명의 예보인력이 국내 금융시스템 안정에 조금이라도 더 기여토록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