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에도 어김없이 차는 막혔다. 아버지가 몇 년 전 큰 수술을 하신 뒤로 10시간 가까이 차를 타고 귀성 대열에 끼는 일은 없어졌지만 시내 간선 도로에서의 1 ~ 2시간 정체는 각오해야 한다.
부모님댁에서 집으로 돌아올때의 일이다. 내부순환도로에서 성산대교 쪽으로 빠질 때의 정체를 견딜 인내심이 부족해 강변북로까지 가기로 했다.
막히는 것은 예외가 없었지만 빠지는 길마다 끼어드는 차가 여럿 눈에 띄었다. 뒤에 차는 수백대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조금만 빈틈이 생기면 어김없이 끼어드는 얌체차량이 있었다.
본가에서 친척들과, 전화로 명절 인사차 친구들과 나눈 얘기가 떠올랐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첫 해라는 올해는 노후 준비 얘기도 주요 화제였다. 연금은 뭘 들었는지 묻기도 했고 국민연금은 안전한지, 퇴직연금은 또 뭐냐고 나름대로 알고 있는 내용을 말하기도 했다. 나름 사정이 괜찮아 속 편해 보이는 공무원연금에 대한 부러움도 쏟아졌다.
친척들까지 끼면서 새롭지만은 않은 공통점을 발견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사촌은 그 그룹 이름이 낀 계열 금융사에,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또다른 친척은 거래 관계에 있는 은행에 직원들의 퇴직연금을 맡기고 있다는 것이다. 자기가 알고 있는 사례라며 옮기기도 한다. 외형이 크지 않은 대기업 금융사는 모기업의 힘을 빌려 하청 부품업체의 퇴직연금까지 유치하기도 한다는 것.
물론 대기업 계열의 금융사나 은행에 퇴직연금을 맡기고 있지 않다는 이도 있었다. 그가 다니는 직장은 외국계 회사여서 선택이 가능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그럼 그렇지’였다.
공정한 경쟁을 거치지 않고 혜택을 본 곳이라면 운용기관 선택 등에서 또다른 불공정한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 계열 기업이라 특별히 좋은 수익이 보장된다면 평범한 가입자들인 또다른 이들은 불이익을 볼 수도 있다.
아버지,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일을 덜 주시려고 한다. 역귀성도 마다시지 않는다. 시대가 변했다는게 이유다. 그나마 덜 막히는 도로는 그분들과 묵묵히 기다리는 차들 덕분이다.
기업들의 맏형뻘인 대기업은 내 식구만 끼고 돈다. 금융사에서 몸집이 가장 큰 은행도 덩치값을 하느라 그런지 힘자랑 하기에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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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탄하지 않은 노후 준비라는 도로에 차선과 신호를 지키지 않는 차가 너무 많다. 차선은 늘어나도 제멋대로인 차들이 많은 건 변하지 않는 얌체같은 이들 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