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한달새 300원 급등 2008년 재판 우려..외환보유액 탄탄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심상찮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그리스 디폴트(채무 불이행 선언) 위기 등 악재에도 안정적 흐름을 보였던 환율이 이달 들어 100원 가까이 상승했다. 환율 상승세는 특히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이 높아진 이달 중반 이후 특히 가파르다. 전날보다 20원 이상 오르거나 내린 날이 14일(30.50원), 19일(24.50원), 22일(29.90원) 등 3일이나 된다.
각종 대외 충격에도 '1100원' 만은 지켜줄 것 같던 환율이 급등하자 당국은 실력행사에 나섰다. 환율이 1100원을 넘어선 지난 월요일부터 일중 10억~20억 달러 가량을 환율 방어를 위해 투입하다가 금요일에는 장 막판에만 30억~40억 달러 규모를 집중 매도하며 1200원을 넘지 못하도록 막은 것으로 추정된다.
◇환율 상승, 지붕이 없다?=이제 시장의 관심은 환율이 어디까지 상승(원화값 하락)할 수 있느냐다. 최근 환율을 끌어올리는 주체는 뉴욕과 유럽 등 역외 세력의 매수다. 원화가치 추가 하락에 배팅한 이들 역외 세력들은 최근 들어 투기적 달러 매수에까지 나서며 환율 상승의 주역이 됐다.
최근 증시 하락으로 주식을 매도한 외국인들의 환전수요까지 몰려 원화 값은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 외국계 은행 외환 딜러는 "사실상 전망이 무의미한 상태"라며 "2008년 사태가 재현되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지난 2008년 리먼 사태 때도 환율은 9월 말 1200원을 돌파한 뒤 한 달 만에 1500원대를 넘보는 등 급격히 상승했다. 9월 16일 하루 동안 50.90원 올랐다 다음 날엔 44원 급락하는 등 큰 변동성을 보이다 10월에는 하루 동안 많게는 133.50원, 117.00원씩 급등하며 순식간에 1400원대 중반이 됐다.
결국 리먼 사태 발생 전에 1000원대 초반에서 거래되던 환율은 사태 발생 약 반 년 만인 2009년 3월 1570.30원으로 고점을 찍었다. 한 시중은행 외환 딜러는 "연말쯤 1200원을 찍을 줄 알았는데 속도가 빠르다"며 "그리스 디폴트가 현실화되면 1200원 돌파는 물론 1600원까지도 금방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국 '강한 시그널', 효과 어디까지=아직은 지난 2008년처럼 상황이 심각하지 않다는 낙관론이 건재하다. 우선 방어를 위한 실탄이 풍부하다.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8월 말 현재 3122억 달러인데, 이중 80%가 바로 사용가능하다. 이를 무기삼아 정부가 1200원 사수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만큼 당장 1200원을 돌파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기대다.
외환당국은 시장에 확실한 시그널을 줬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말'(구두개입)만 하지 않는다는 것. 당국 고위 관계자는 "최소한 1200원대가 쉽게 돌파되기 어렵다는 인식을 하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자들의 PICK!
또 지난 주 수출기업과의 간담회를 통해 기업들도 추가 상승을 예상하고 달러를 들고 있어봐야 별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게 됐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현재(1160원대) 수준 환율도 '쏠려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이성권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23일 전투를 통해 투기세력들은 정부 의지를 확실히 알게 됐을 것이고 일부는 차익실현하고 빠졌을 것"이라며 "시중에 달러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 해외에서 대형 악재만 터지지 않는다면 1200원 돌파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1100~1200원 사이에서 횡보하다가 유럽위기의 해결 정도에 따라 방향성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