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짜면서 신용보증기금(신보)과 기술신용보증기금(기보)의 여유자금을 일반회계로 전출키로 했다.
예산안이 통과된다면 신보와 기보가 중소기업 신용보증 지원을 위해 갖고 있던 재산 중 신보에서 3500억원, 기보에서 1500억원 등 총 5000억원이 정부로 들어가게 된다. 정부가 이렇게 결정한 것은 보증기관의 자금이 여유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6월 말 기준 신보는 중소기업들에게 38조5000억원을 보증(일반보증)했다. 기본재산 5조1600억원을 감안하면 운용배수는 약 7.5배다. 17조5000억원을 보증한 기보는 이 수치가 약 7배다.
정부는 기본 재산의 7배가 아닌, 12배까지는 보증을 해도 문제가 없다고 본다. 적정운용배수가 12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신보의 경우, 3500억원이 빠져나가도 운용배수가 8배를 조금 넘을 것으로 보여 여전히 적정운용배수 아래다.
또 일반보증을 줄여가는 추세고, 이들의 사고율(부실율)이 5% 안팎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충분히 여유가 있기는 하다. 이 자금이 정부 회계에 편입된다고 해서 당장 보증기관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거나 보증을 줄이는 일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두 가지 점이 마음에 걸린다. 먼저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신보와 기보는 신용이나 담보 능력이 부족한 기업이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보증을 서주는 기관이다. 당연히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 대상이다. 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기업 대신 은행에 채무를 갚아(대위변제)주므로 은행도 위험을 줄이며 대출을 내줄 수 있다.
기본재산이 줄면 이렇게 보증을 할 수 있는 여유도 줄게 된다. 지금처럼 7~8배까지 보증을 한다고 가정할 경우 신보는 2조4000억~2조8000억원, 기보는 1조원~1조2000억원 정도 보증을 할 여력이 없어진다.
중소기업은 특히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지난 2008년 리먼 사태 때도 실물경제로 위기가 전이되며 중기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 때 이들의 숨통을 틔워준 게 신·기보와 지역신용보증재단이었다. 당시 중소기업 신규 대출의 약 88%가 이들을 통해 이뤄졌다. 보통 때 중기 대출에서 신용보증기관의 보증부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30% 수준(잔액 기준)이다.
내년에도 이런 사례가 재현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필요한 경우 되돌려 주기는 하겠지만 예산 추경 등을 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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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더 짚고 싶은 것은 원칙론적 문제다. 중소기업 예산으로 넘어온 자금을 다시 정부가 가져가는 게 맞느냐는 것. 이는 기금을 잘 관리해서 최근 2년간 정부에서 예산배정을 전혀 받지 않았던 신·기보로서는 더 억울한 대목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