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송별회' 한 신보 이사장 연임 파동

[기자수첩]'송별회' 한 신보 이사장 연임 파동

신수영 기자
2012.07.17 16:31

"아프리카 여행과 책 쓰기, 봉사활동을 하겠다. '월급을 받는 일'은 당분간 할 생각이 없다."

지난 12일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안택수 신용보증기금(신보) 이사장은 이렇게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했다. 다음날에는 직원들과 송별회도 가졌다. 퇴임일(17일)을 하루 앞둔 16일에는 이임식이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상황이 바뀌었다. 16일 오후 금융위는 신보에 안 이사장 재연임을 통보했다. 지난해 7월 한 차례 연임된 것에 이은 두 번째 연임으로, 신보 36년 역사상 재연임을 한 이사장은 안 이사장이 처음이다.

급작스런 연임을 두고 말들이 많다. 이임식 준비에, 아프리카 여행을 가기 위한 비행기 티켓까지 끊었으니 본인도 예상하지 못했다.

제일 유력한 설은 지역 편중논란이다. 유력한 이사장 후보로 거론됐던 홍영만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이 PK(부산·경남) 출신이란 점이 부각되면서 금융권에서는 주요 금융기관장이 PK로 채워지게 된다는 말이 돌았다. 현재 신동규 NH농협금융 회장을 비롯해 주요 금융지주 회장이 모두 PK다. 안 이사장은 경북 예천 출신이다.

그렇다면 내정설(금융위에서 홍 위원 추천)과 외부(청와대) 압력설이 상당 부분 설득력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금융위가 홍 위원을 너무 밀다가 청와대의 눈 밖에 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구성 전부터 차기 이사장으로 홍 위원이 유력하다는 소문이 돌았던 게 이런 추측을 뒷받침한다.

금융위는 안 이사장이 지난달 공공기관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A등급)을 받는 등 실적이 좋았기 때문에 재연임을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퇴임이 기정사실화됐다는 점에서 '좋은 실적'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좋은 실적으로 재연임을 할 것이었으면 처음부터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구성될 일도 없었다. 임추위 구성 자체가 새로 기관장을 뽑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결국 7명의 임추위원들은 지난 5월 중순부터 2달간 후보공모에서 면접, 3배수 추천이란 '헛짓'을 한 셈이 됐다.

노조가 "명분과 논리도 없고 절차도 무시했다"고 반발하는 게 무리는 아니다. 안 이사장 역시 재연임을 단순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긴 어려울 것이다. 더해진 임기를 노조의 반대 속에 시작한 상황이다.

직원들의 마음도 좋지는 않다. 송별회까지 한 기관장이 1년을 더 하게 된 데 대해 '당황스럽다'는 말이 나온다. 재연임에 대한 찬반을 떠나 공기업 기관장이 외부의 역학구도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자리라는 게 여지없이 드러난 현실이 당황스럽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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