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은행 '신뢰'를 원하시나요

[기자수첩]은행 '신뢰'를 원하시나요

오상헌 기자
2012.08.02 15:10

"수익성요? 더 큰 문제는 '불신'이에요".

최근 국내 은행업계가 처한 현실에 대해 한 시중은행 임원이 한 말이다. 은행들은 요새 말 그대로 '초상집' 분위기다.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로 2/4분기 수익성은 거의 반토막이 났다. "좋은 시절 다 갔다"는 말도 들린다. 하반기 전망은 더 암울해서다. 앞다퉈 '비상경영', '긴축경영'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더 심각한 건 소비자들의 불신이다. '신뢰의 위기'는 은행업의 존립 기반마저 뒤흔들고 있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답합 의혹이나 부당한 가산금리 산정 체계와 폭리에 대한 지적이 대표적이다.

일부 은행은 대출서류 조작과 대출금리 학력 차별 등으로 물의를 빚었다. 숫제 '뭇매'를 맞고 있는 셈이다. 뿔난 금융 소비자 일부는 CD금리 담합을 이유로 은행에 이미 소송을 냈다. 금융소비자단체들은 은행들의 여러 대출 행태를 문제 삼아 집단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은행권에선 억울한 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잘못한 부분은 인정하지만 범죄 집단으로 몰아 '동네북'처럼 때리는 건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최근 간부회의에서 CD와 가산금리에 대해 "논란이 있는 지적사항"이라고 했다. 은행들을 탐욕과 부도덕 집단으로 몰기에 앞서 금리 산정방식 등 금융산업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라는 뜻일 게다.

은행들은 '환골탈태'를 스스로 다짐하고 나섰다. 우리은행이 '참금융'을 약속한 데 이어 KB국민은행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고객 중심의 '정도경영'을 펴겠다고 했다. 신한은행도 조만간 신뢰 회복을 위한 '사회책임경영'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은행들의 자정 노력은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보여주기식 구호로만 그쳐선 곤란하다.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이 지난 달 발표한 미국 주요 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은행들의 신뢰도는 역대 최악(21%)을 기록했다고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완전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실례다. 국내 은행들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금융의 절대가치는 '고객의 믿음'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