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이 12일 두터운 보도자료를 하나 냈다. 제목은 '가계부채 시범사업 실시'. 이른바 '세일 앤드 리스백' 개념을 활용한 상품 출시라는 부제도 달았다. 하우스 푸어 대책으로 관심을 끌었던 그 내용이다.
얼마나 자랑스러웠던지 '금융권 최초'라는 자찬까지 담았다. 구조를 보면 '최초'가 틀린 말은 아니다. 소유권을 신탁하고 이자 대신 월세를 내는 방식은 나름 참신하다. 법적·제도적 고민을 한 흔적도 엿보인다. "최근 주택거래 부진으로 주택을 매각해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상환하기 어려운 1주택 보유 실거주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설명에선 따뜻함도 느껴진다.
하지만 '굳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 뭔가 찜찜하다. 먼저 이 방식을 택한 게 의문이다. 상황별 '채무 재조정'이란 쉬운 길이 있는데도 말이다.
우리금융이 내세운 자격 조건인 '일시상환 원금 및 분할상환 원리금 연체자'의 경우 만기 연장을 고민할 수 있다. '1개월 이상 이자 연체자'라면 이자 수준의 월세를 납입해야 한다는 것과 모순된다. 그런데도 우리 금융은 아주 낯선 방식을 '업계 최초'로 만들었다.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과 달리 대상자도 많지 않다. 지원 대상 규모(약 900억원)를 고려하면 700가구 안팎이다. 게다가 장기 연체자는 안 되고 소득 증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우량 채무자란 얘기다. '생색내기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첫 술에 배 부를 수는 없다. 금융회사가 '자발적'으로 '하우스 푸어'에 대한 고민을 했다는 것만으로 칭찬받을 수 있다.
반면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한 즉자적 대응책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금융권 인사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이들을 구체적으로 분석한 뒤 맞춤형 상품을 다양하게 고민하는 게 필요했다"고 말했다.
'금융권 최초'의 발표 주체를 두고도 여러 얘기가 나온다. 큰 그림을 그리고 멋진 작품을 기획한 것은 우리금융지주다. 다만 결국 상품 취급 담당과 채무 관련 책임은 은행의 몫일 텐데 지주가 앞장 선 게 다른 이유가 있지 않냐는 거다. 물론 우리금융의 행보에 흠집을 내려는 호사가들의 입방아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목소리가, 그런 시각이 있다는 것만은 알고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