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원금만 갚아도 되는 '대출회사'?

[기자수첩]원금만 갚아도 되는 '대출회사'?

진달래 기자
2013.01.08 17:34

유럽 중세시대 기독교인은 유대인을 '이자 놀이'하는 악인으로 여겼다. 교리에 따라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것은 금기 사항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 금융업에서 이자는 더 이상 금기가 아니다. 돈을 빌리면 원금 외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치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 서비스 중단도 이런 관점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지난달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새해 들어 대형마트, 백화점, 항공사 등 대형가맹점에서 일부 무이자 할부 서비스가 중단됐다. 대형가맹점과 카드사 사이의 '핑퐁게임'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금 더 큰 틀에서 보면 신용카드의 기본 개념은 '빚'이다.

신용카드 결제는 기본적으로 카드사에서 돈을 빌리는 구조다. 때문에 이자를 내는 것도 당연하다. 터무니없는 고금리는 적절한 관리와 제어가 필요하지만, 신용카드 이용이 앞서 정착된 미국, 호주 등에도 '무이자' 할부는 없다. 할부는 곧 수수료, 이자와 직결된다.

국내 카드시장에서도 할부로 인한 이자 부담은 예외가 아니다. 다만 이제까지 소비자가 직접적으로 부담하지 않았을 뿐이다.

할부로 발생하는 이자는 일차적으로는 카드사의 몫이다.

마케팅 비용이란 이름으로 신용카드사 전적으로 부담한다. 이후 카드사는 줄어드는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일정부분 소비자 혹은 가맹점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이 부담은 힘의 구조 상 가장 낮은 곳에 있던 영세가맹점이 떠안아 온 것이다.

이번 '사태'는 어쩌면 국내 소비자들이 신용카드의 개념을 재정립할 수 있는 계기일지 모른다. 물론 무이자 할부에 익숙한 소비자들을 고려한 사전 고지는 부족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 불만의 화살이 카드사와 금융당국에 겨눠지고 있는 것도 이해는 간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부분인만큼 지금부터라도 소비자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은 필수적이다. 동시에 소비자에게는 지갑 사정을 고려해 계획적으로 결제수단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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