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공감하는 금융을 위한 3가지 변화

[기고]공감하는 금융을 위한 3가지 변화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2013.01.09 06:45

-'따뜻한', '상생의', '소비자 중심의' 금융으로-

지금은 다소 시들해졌지만 한때 지구촌을 달궜던 반(反)월가 시위는 금융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을 변화시켰고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급기야, 국내외적으로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져 '경제 민주화'와 '금융규제 강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다.

원래 금융업은 속성상 돈을 떼이지 않아야 함을 원칙으로 한다. 그래서 금융은 태생적으로 차갑고 때론 비정하기까지 하다. 「베니스의 상인」의 피도 눈물도 없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 어쩌면 금융의 맨얼굴일지 모른다.

금융업 종사자들은 금융에 감성이 개입되면 원칙이 무너지고 결국에는 금융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치, '레미제라블'에서 원칙만을 고집하는 자베르 경감처럼 말이다.

그러나 금융의 역사를 보면 탐욕이라는 인간의 본성이 오히려 원칙을 허물어 종종 금융위기를 발생시켰음을 알 수 있다. 금융의 또 다른 성격은 '소득역진성'과 '경기순응성'이다. 고소득자(대기업)에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려고 애쓰지만 급전이 필요한 저소득자(중소기업)엔 높은 금리를 부과한다. 경기 상황이 좋으면 대출을 늘리다가 경기 상황이 나빠지면 대출을 축소한다. 이는 결국 양극화 심화 및 경기 위축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은행들도 비슷했다. 취약계층의 경우 저금리의 은행대출은 비중이 4%포인트 낮아진 반면, 고금리의 제2금융권 및 사금융 의존도는 그만큼 높아졌다. 이러한 금융의 '속성'으로 인해 금융당국은 항상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번민해 왔다.

올해도 금융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어려워 보인다. 가계부채 같은 단기 악재 뿐 아니라 저성장·저금리·고령화는 경영상 어려움을 키울 뇌관이다. 자연스레 금융회사는 리스크 관리 강화나 경비 절감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존전략만으로는 글로벌 위기 이후 나타나고 있는 자본주의 패러다임 전환(자본주의 4.0, 제레미 리프킨의 '공감 자본주의' 등)에 제대로 부응할 수 없다.

따라서 국내 금융산업도 세 가지 점에서 변화와 개혁을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 '차가운 금융'에서 '따뜻한 금융'으로의 변화다. 금융의 기본원칙은 지키되, 금융업의 탐욕을 철저히 규제하고 이익의 일정 비율은 취약계층에 지원하여 금융의 속성을 따뜻하게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둘째, 고객과 '상생'한다는 자세로의 변화다. 이를 위해 경영 전략을 단기 성과 위주에서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일반기업은 물건을 산 고객이 부실해져도 문제가 없지만, 금융회사는 대출해 준 고객이 부실해지면 동반부실의 가능성이 높다.

과거의 단기 외형경쟁으로 무너진 카드사들이나 최근의 부실화된 저축은행들이 이러한 경우에 해당된다. 또 비 올 때 우산을 빼앗는 대출행태나 회생가능한 기업이 금융회사들의 여신회수 경쟁으로 도산하는 경우도 넓게 보면 이에 해당한다.

셋째,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의 변화다. 최근 들어 국내 금융회사들이 소비자보호 문제에 관심을 증대시키고 있지만 그 동안 국내 금융산업은 공급자 중심으로 운영돼 온 것이 사실이다. 과거의 권위주의적 관행이 유지되면서 소비자 민원이 계속 증가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위기 이후 소비자의 금융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커지고 있어 이들의 감성과 욕구를 읽지 못하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금융당국의 정책이나 감독, 금융회사의 경영전략은 소비자보호 위주로 변해야 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똑똑하고 현명한 소비자를 늘려 가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 사태 이후에 청소년 금융교육봉사단, 사랑방버스 운영, 캠퍼스 금융토크, 맞춤형 금융상담 행사 등을 통해 청소년·대학생과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교육과 상담을 강화해 오고 있다. 특히 금융소비자보호처 설립 이후 컨슈머리포트 발간, 대출금리 비교공시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현명한 선택을 돕고 있다.

올해는 계사년(癸巳年), 뱀의 해다. 뱀은 서양에서 힐링(치료)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우리 금융산업도 '따뜻한 금융', '상생하는 금융', '소비자 중심의 금융'을 통해 취약계층을 어루만지고 양극화 해소 및 동반 성장을 지원함으로써 모두가 '공감하는 금융'이 되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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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편집국장

박재범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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