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껌값도 '긁어야' 하는 사람들

[기자수첩]껌값도 '긁어야' 하는 사람들

정현수 기자
2013.01.30 07:05

얼마전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

출국 전 안내사항. "일본은 대형 매장도 카드 사용이 안 되는 경우가 많으니 꼭 환전하세요".

실제로 일본은 백화점에서도 가끔 카드 결제가 안 된다. 일본 뿐 아니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카드 결제에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결제 인프라가 취약한 동남아시아의 상황은 말할 것도 없다.

반면 우리나라는 결제 인프라만 두고 봤을 때 선진국이다. 카드 한 장만 있으면 구입하지 못할 게 없다. 심지어 껌값도 카드로 결제하는 시대다. 한 카드사의 내부자료에 따르면 1000원 미만을 카드로 결제하는 비율이 전체의 2.72%에 이른다. 5000원 미만의 결제비율은 19.66%까지 치솟았다.

외국인들이 봤을 때 부러울 수도 있겠다.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소액결제는 국내 카드시장 왜곡의 주범으로 꼽힌다. 카드업계 전문가들이 소액결제를 일컬어 '달콤한 독약'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논란의 중심에는 부가가치통신망(VAN) 수수료가 있다. VAN 사업자들은 카드전표 매입업무 등을 담당하는 과정에서 카드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결제금액에 상관없이 정액제로 유지되고 있다. 건당 평균 수수료는 120원 가량이다. 100원을 결제하든 100만원을 결제하든 동일한 수수료가 책정된다.

소액결제가 활성화될수록 당장 카드사는 손해다. 하지만 이는 카드사만의 손해로 그치지 않는다. 지난달 말 개편된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는 가맹점의 매출과 카드사의 비용 등을 감안해 수수료율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VAN 수수료도 일종의 비용으로 책정된다. 소액결제가 보편화될수록 가맹점 수수료율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에서는 과거 1만원 이하의 소액에 대해 카드결제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장의 편리함에 취한 일반 소비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하지만 한번쯤 되짚어볼 필요는 있다. 당장의 편리함 때문에 껌값을 '긁지만' 그 껌값 자체도 왜곡된 카드시장 구조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겹겹이 올라간 비용은 결국 가격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정현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 정현수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