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형저축 열풍? 1만원짜리 "깡통"계좌 속출

재형저축 열풍? 1만원짜리 "깡통"계좌 속출

변휘 기자
2013.03.12 16:58
서민 목돈 마련 상품인 재형저축이 18년만에 부활한 지난 6일 오전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시민들이 재형저축을 가입하고 있다. ⓒ임성균 기자
서민 목돈 마련 상품인 재형저축이 18년만에 부활한 지난 6일 오전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시민들이 재형저축을 가입하고 있다. ⓒ임성균 기자

재형저축 유치를 둘러싼 은행권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만원' 통장이 줄을 잇고 있다. 은행들이 직원들에게 가입자 유치 목표를 할당하면서, 압박에 시달린 은행원들이 친지의 명의를 빌리고 자비 1만 원을 들여 일단 계좌 수를 늘린 것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은행들의 재형저축 한 계좌당 저축금액은 채 1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민의 목돈 마련을 위한 장기 저축'이라는 본래 취지가 무색한 대목이다.

재형저축 판매 첫 주인 지난 6~8일 기업은행은 10만5077계좌, 가입금액 69억 원 유치에 성공했다. 실적을 공개한 은행들 중에선 계좌수와 액수 모두 우리은행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그러나 한 계좌당 가입액수는 불과 6만5666원에 그쳤다.

재형저축 판매 첫 주 13만1672계좌·125억1700만 원을 유치해 모두 1위를 차지한 우리은행 역시 한 계좌당 가입금액은 9만5061원으로 10만 원도 되지 않았다.

반면 신한은행은 판매 첫 날인 4582좌·7억8900만 원을 판매, 하위권에 쳐지며 이른바 '빅4' 시중은행으로서 체면을 구겼지만 한 계좌당 가입액수가 17만2195원으로 독보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은행 측은 판매 2·3일차인 지난 7일과 8일의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금융감독 당국의 당부대로 예약판매 등 사전 마케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은행들보다 상대적으로 실적이 낮았을 뿐"이라며 "가입금액에선 월등한 것을 보면, 오히려 우리 고객들이 실제 장기간 재형저축 통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우량 고객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은행권 관계자들은 재형저축 한 계좌별 가입액수가 낮은 이유로 '만원통장' 등 과열 마케팅을 지목하고 있다. 은행 직원들이 실적 달성을 위해 '허수' 계좌를 남발하면서 계좌별 평균 가입금액이 크게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깡통' 계좌 수만 늘어나면 실제 가입을 고민하는 고객들에게는 혼란만 줄 수 있다"며 "재형저축 열기가 시들해진 후 계좌 해지 숫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감독당국도 허수계좌 정리 작업에 돌입했다. 이날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금융기관에 대해 재형저축 허수계좌 정리를 지시했으며 초반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일부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실제 감사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건전한 방법으로도 재형저축을 판매할 수 있는데 금융사들이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과다경쟁 지양과 허수계좌 정리 지시는 건수 위주의 실적 경쟁을 지양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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