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숨바꼭질, 끝까지 쫓는 금감원 검사역

끝없는 숨바꼭질, 끝까지 쫓는 금감원 검사역

박종진 기자
2013.08.21 05:31

[언론 최초 금감원 검사 동행 취재기-上] 사진 한장에서 불법대출 실마리 찾기도

[편집자주] 2011년 여름, 사상 초유의 저축은행 일괄 경영진단으로 본격화된 구조조정 작업이 2주년을 맞았습니다. 2년 새 저축은행의 총자산이 40% 가까이 줄어들고 거물급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등 파장은 온 사회를 뒤흔들었습니다. 그 중심에 금융감독원 검사가 있었습니다.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위법행위를 최일선에서 감시하는 검사는 우리 금융산업을 지키는 보루입니다. 금감원의 실제 현장검사를 국내 언론 최초로 머니투데이가 동행 취재해 독자 여러분께 생생히 전해드립니다.

우연찮게 발견한 단서가 큰일을 해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금융회사가 작정하고 감춰둔 범법행위를 찾아내야하는 금융감독원 검사 역시 사소한 것 하나 그냥 넘길 수 없다.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불법대출을 적발한 것도 알고 보면 사진 한 장이 실마리였다. 사연은 이렇다. 미래저축은행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주)퓨처메리트 등 25개 차주에 3764억원을 대출했다. 개별차주 신용공여 한도를 어기지도 않아 외형상 정상 대출이었다.

그러나 금감원은 이 대출금이 아름다운CC골프장 운영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사실 확인에 나섰다. 김 전 회장과 25개 차주, 그리고 아름다운CC의 관계를 입증하는 게 핵심이었다.

그때 금감원 검사역들이 발견한 게 아름다운CC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한 장의 사진이었다. 홈페이지 '인사말' 옆에 얼굴이 흐릿하게 처리된 한 신사가 손을 내밀고 있는 모습인데 김 전 회장과 닮았던 것이다. 이후 검사 담당자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김 전 회장의 손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미래 측은 금감원이 김 전 회장을 아름다운CC의 실소유주로 의심하기 시작하자 슬그머니 홈페이지 상에서 해당 사진을 더욱 희미하게 처리했다.

아름다운CC골프장 홈페이지에 있던 실제 사진. 금감원은 해당 사진의 손과 얼굴이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과 닮았다는 것에 착안해 김 전 회장의 불법대출 혐의를 추적해나갔다. 사진 오른쪽은 금감원의 추적이 시작되자 당시 미래저축은행 측이 사진을 희미하게 처리한 것이다/사진제공=금융감독원
아름다운CC골프장 홈페이지에 있던 실제 사진. 금감원은 해당 사진의 손과 얼굴이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과 닮았다는 것에 착안해 김 전 회장의 불법대출 혐의를 추적해나갔다. 사진 오른쪽은 금감원의 추적이 시작되자 당시 미래저축은행 측이 사진을 희미하게 처리한 것이다/사진제공=금융감독원

그럴수록 금감원의 확신은 커졌다. 담당 검사역은 한 달 반 동안 30여개 계좌에 대해 총 300여회의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하며 집요하게 계좌추적을 실시했다. 결국 대출금이 모두 아름다운CC 인수자금과 공사대금 등으로 흘러간 사실을 확인했다.

문서 형식에서 힌트를 얻은 사례도 있다. 2010년 솔로몬저축은행이 대출해주던 인터상선 등 3개의 각기 다른 선박회사는 겉으로 전혀 서로 관계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사실은 같은 차주였다. 담당 검사역은 각 회사들이 솔로몬저축은행에 보낸 공문에서 착안했다.

글자체는 물론 작성 순서, 줄 간격, 항목 배치 등이 똑같았기 때문이다. 다른 회사가 따로 보낸 공문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였다. 이 역시 신용공여한도 위반으로 최종 확인됐다.

조성목 금감원 저축은행검사국장은 "한 번의 실수도 나중에 어떻게 부메랑이 돼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혹시라도 놓치는 것이 없도록 늘 조심해야하는 게 검사역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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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재계를 맡고 있습니다. 개인이 잘되고 기업이 잘되고 그래서 나라가 부강해지는 내일을 위해 밀알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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