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최초 금감원 검사 동행 취재기-上] 사진 한장에서 불법대출 실마리 찾기도
우연찮게 발견한 단서가 큰일을 해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금융회사가 작정하고 감춰둔 범법행위를 찾아내야하는 금융감독원 검사 역시 사소한 것 하나 그냥 넘길 수 없다.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불법대출을 적발한 것도 알고 보면 사진 한 장이 실마리였다. 사연은 이렇다. 미래저축은행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주)퓨처메리트 등 25개 차주에 3764억원을 대출했다. 개별차주 신용공여 한도를 어기지도 않아 외형상 정상 대출이었다.
그러나 금감원은 이 대출금이 아름다운CC골프장 운영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사실 확인에 나섰다. 김 전 회장과 25개 차주, 그리고 아름다운CC의 관계를 입증하는 게 핵심이었다.
그때 금감원 검사역들이 발견한 게 아름다운CC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한 장의 사진이었다. 홈페이지 '인사말' 옆에 얼굴이 흐릿하게 처리된 한 신사가 손을 내밀고 있는 모습인데 김 전 회장과 닮았던 것이다. 이후 검사 담당자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김 전 회장의 손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미래 측은 금감원이 김 전 회장을 아름다운CC의 실소유주로 의심하기 시작하자 슬그머니 홈페이지 상에서 해당 사진을 더욱 희미하게 처리했다.

그럴수록 금감원의 확신은 커졌다. 담당 검사역은 한 달 반 동안 30여개 계좌에 대해 총 300여회의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하며 집요하게 계좌추적을 실시했다. 결국 대출금이 모두 아름다운CC 인수자금과 공사대금 등으로 흘러간 사실을 확인했다.
문서 형식에서 힌트를 얻은 사례도 있다. 2010년 솔로몬저축은행이 대출해주던 인터상선 등 3개의 각기 다른 선박회사는 겉으로 전혀 서로 관계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사실은 같은 차주였다. 담당 검사역은 각 회사들이 솔로몬저축은행에 보낸 공문에서 착안했다.
글자체는 물론 작성 순서, 줄 간격, 항목 배치 등이 똑같았기 때문이다. 다른 회사가 따로 보낸 공문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였다. 이 역시 신용공여한도 위반으로 최종 확인됐다.
조성목 금감원 저축은행검사국장은 "한 번의 실수도 나중에 어떻게 부메랑이 돼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혹시라도 놓치는 것이 없도록 늘 조심해야하는 게 검사역의 숙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