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서 대부업 A씨 "가족 모른다" 울음부터…

아파트서 대부업 A씨 "가족 모른다" 울음부터…

박종진 기자
2013.09.13 06:10

[르포]추석맞이 '금감원-서울시 대부업체 합동 점검' 동행 취재

'XX파이낸스'라는 상호가 적힌 문을 열자 10평이 채 안돼 보이는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네댓 개 남짓한 책상과 사무집기들, 4인용 응접 소파가 있는 아담한 사무실이다.

머니투데이가 금융감독원 검사원들, 서울시 관계자와 함께 12일 서울 명동의 한 대부업체를 찾았다. 추석을 맞아 중소형 대부업체를 대상으로 실시 중인 공동 검사에 동행했다. 이날은 정부 관계기관 합동으로 불법사금융 집중단속을 천명한 첫날이기도 하다.

김년담 금융감독원 대부업검사실 검사팀장(왼쪽)이 12일 서울 명동의 한 대부업체를 찾아가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사진= 박종진 기자
김년담 금융감독원 대부업검사실 검사팀장(왼쪽)이 12일 서울 명동의 한 대부업체를 찾아가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사진= 박종진 기자

이번 공동 검사 대상은 그동안 점검을 받지 않던 중소형 업체들 중 선정됐다. 이 업체 역시 24년 동안 명동에서 대부업을 해왔지만 이날 처음 금융당국의 검사를 받았다. 금감원이 직권 검사하는 곳은 1만여개 등록 대부업체 중 자산 100억원 이상 등 대형업체 163개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지자체 담당이지만 인력 부족 등으로 검사 사각지대에 놓이기 일쑤다.

검사원들은 대부 계약서와 각종 영업 관련 서류, 장부 등을 점검했다. 최고이자율(연 39%)을 지키고 있는지 대부업법령을 준수하고 있는지 살피는 게 핵심이다. 모두 소비자보호와 직결된다.

"상호와 등기부등본에 '대부'라는 말이 왜 빠졌습니까. 대부업법에 따라 광고나 일체의 표식, 모든 법률행위에는 '대부'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김년담 금감원 대부업검사실 팀장의 날카로운 지적이 쏟아졌다. "몰랐다"는 답이 돌아왔다.

대부 계약서를 들춰보니 여기서도 문제가 발견됐다. 계약 당사자 중 대부업자 부분이 공란이었고 변제기간 등도 적혀있지 않았다. 역시 대부업법 위반이다. 업체 관계자는 "이 바닥에서는 하나하나 다 세세히 적을 수 없고 구두로 하기도 한다"고 해명했다.

대형 대부업체는 법규 준수의식이 상당히 높아졌지만 이처럼 중소형 업체는 여전히 관행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문종 금감원 대부업검사실장은 "이해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부터 설명해주고 위반하면 등록취소 등 행정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해준다"고 밝혔다.

기막힌 사례도 다반사다. 아파트 등 가정집을 사업장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많아 당국에서 검사를 나가는 당일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며 문을 안 열어주기도 한다. 상을 당했다는 핑계로 점검을 거부하는 수법도 흔하다.

한번은 검사원이 아파트(사업장)를 찾아가니 대부업자 A씨가 "가족이 대부업하는지 모른다"며 읍소해 근처 공원 벤치에서 검사를 한 적도 있다. 300만원 초과 대출할 때 챙겨둬야 할 소득증빙 자료를 받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자 A씨는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퇴직하고 음식점하다 망해서 소액으로 대부업을 시작했는데 갚지 않는 부실채권이 너무 많다. 형편이 어려워 애들 학비 대기도 힘겹다"는 호소였다.

실제 영세한 중소대부업자들은 경기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법인 대부업체(1707개)는 2% 증가했지만 영업력이 약한 개인 대부업체(9188개)는 8.4%나 감소했다.

이날 검사한 명동의 업체도 존폐의 기로에 섰다. 건설경기가 장기침체를 겪으면서 주 수입원인 기업어음 할인 수익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올 들어 할인 잔액도 30% 이상 급감해 이미 '자기 돈'을 가수금의 형태로 수억원 투입하고 있는 처지다.

상황이 열악해질수록 불법이 더 횡행할 수 있다. 양현근 금감원 서민금융담당 선임국장은 "서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대부업 검사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먼저 6월부터 도입한 대부중개수수료 상한제(5%)가 잘 지켜지는지 중점 점검한다. 중개수수료는 고금리의 원인이다. 또 대부업체가 개인정보보호를 제대로 하고 있는 지에도 검사의 초점을 맞춘다. 아울러 저신용자(6~10등급) 내에서 등급별로 이자를 차등화 하는 방안도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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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재계를 맡고 있습니다. 개인이 잘되고 기업이 잘되고 그래서 나라가 부강해지는 내일을 위해 밀알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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