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열풍을 일으키면서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된 조지오웰의 '1984'도 다시금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1984'에서 정부는 텔레스크린을 통해 시민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하는데, 여기서 정부를 지칭한 빅브라더(Big Brother)라는 용어는 권력기관의 사생활 정보수집을 통한 사회통제 체제를 의미하면서 지금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최근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과세당국에서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보유한 금융정보를 보다 폭넓게 활용할 수 있게 되고, 금융회사가 금액과 관계없이 자금세탁이 의심되는 모든 거래를 보고토록 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FIU를 통해 마치 소설 속 빅브라더처럼 개인의 금융거래내역을 모두 들여다보고 감시한다는 오해가 일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오해는 자금세탁방지제도가 국민들에게 조금은 생소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금세탁방지제도는 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가 의심스러운 거래나 고액현금거래를 FIU에 보고하면, FIU는 자체 분석을 통해 범죄나 탈세혐의가 짙은 거래를 찾아내 수사기관이나 과세당국에 제공하고, 수사·과세당국은 FIU의 정보를 기초로 보다 깊이 있는 수사·조사를 진행해 범죄나 탈세를 적발해 내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사생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두 가지다. 금융회사가 느슨한 기준으로 개인 금융거래정보를 대량으로 FIU에 넘길 우려, 그리고 FIU가 엄격한 판단 없이 이 정보를 수사·과세당국에 제공할 우려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그야말로 기우(杞憂)일 뿐이다. 첫째, 금융회사는 범죄나 탈세에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거래와 2000만원 이상의 고액현금거래정보만을 FIU에 제공한다. 이 결과 2012년 한 해 동안 FIU에 보고된 의심거래건수는 일 평균 794건에 불과하고, 고액현금거래보고건수를 모두 합할 경우에도 일 평균 2만9000건으로 전체 금융거래 건수의 0.01%에도 미치지 못하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둘째, FIU는 금융회사가 보고한 정보 중 여러 단계의 정밀 분석과정을 거쳐 혐의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정보만을 수사당국이나 과세당국에 제공한다. 특히, 내년부터는 탈세관련 정보 등이 대폭 증가하는 점을 고려해 수사·과세당국에 정보를 제공할 때 심의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등 정보 제공에 더욱 신중을 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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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 염려하는 것과 달리 자금세탁방지제도는 국민의 금융거래에 대한 감시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며, 선량한 대다수 국민들이 안전한 금융거래와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불법 금융거래만을 정확하게 채로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자금세탁방지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때 금융시스템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담보될 수 있고, 나아가 국가와 사회 전체로서도 건전한 발전을 위한 핵심 인프라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에서도 자금세탁방지 분야의 지침과 규율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우리도 지난 2001년 FIU 설립 이래 고객확인제도와 고액현금거래보고제도를 도입하는 등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선진 제도 정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그 결과 이제는 어느 정도 국제사회로부터 인정을 받는 수준까지 제도의 기틀을 다질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FIU는 금융회사와 국민들의 자발적인 협력을 기초로 금융거래를 이용한 탈세행위와 범죄를 예방하고 찾아내는데 역량을 다하되, 국민들이 안심하고 금융거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선량한 금융정보를 보호하는데도 그 책임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