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병' 환자로 年3.4조 줄줄…골병 드는 보험사·서민

'꾀병' 환자로 年3.4조 줄줄…골병 드는 보험사·서민

권화순 기자
2014.02.28 05:30

[흔들리는 생보산업, 활로는 어디에-下]가구당 부담 20만원..보험사기로 보험사 경영악화

[편집자주] 저성장,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보험사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보험사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그동안 보험산업 발전을 막았던 몇몇 규제를 완화해 보험사의 숨통을 틔워주는 한편 오랜 숙원으로 남아있던 사회적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연금시장 확대를 위한 세제혜택 확대, 보험사기를 막기 위한 법적장치 마련도 시급하다. 대표적 규제 리스크라 할 수 있는 RBC 규제 등도 업계의 미래를 위해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머니투데이에서는 '흔들리는 생보산업, 활로는 어디에'라는 주제로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초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국정과제 중 하나로 보험범죄 문제를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10가구 가운데 9가구가 생명보험에 가입할 정도로 보험은 국민 '필수품'이다. 하지만 연간 3조원이 넘는 보험사기가 우리 보험시장의 어두운 현실이기도 하다.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는 생보사의 경영악화로 이어지고 결국 보험료 인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험사기가 선량한 일반 보험가입자에게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얘기다. 보험사기의 부담은 현재 가구당 20만원, 1인당 7만원 가량에 달하고 있다.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검찰, 경찰, 보험업계가 손잡고 보험범죄 전담 조직을 꾸렸지만 갈 길은 멀기만 하다. 보험사기범 열의 아홉은 벌금이나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사기범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데 대한 위험성이 그다지 크지 않은 편이다. 막대한 보험금 누수를 막고, 일반 가입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보험사기로 3.4조 술술샌다···가구당 20만원 떠안아=민영보험(우체국, 수협공제 포함)의 보험사기 규모는 지난 2010년(이하 보험사 회계연도 기준·2010년 4월~2011년 3월) 3조410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사가 보험 가입자에게 지급하는 연간 보험금(27조5000억원)의 약 12%가 보험 사기범 주머니로 들어가는 셈이다.

보험사기로 줄줄 새는 보험금은 증가 추세다. 2006년 추정금액이 2조2303억원을 기록했는데 4년여 만에 52.9%(1조1802억원) 불어났다. 보험사기가 보험료 인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가구당 부담금액은 2006년 14만원에서 2010년 20만원으로 껑충(42.8%) 뛰었다.

이에 비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미미한 수준이다. 2012년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4533억원으로 전년(4237억원) 대비 약 7.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체 보험사기 추정금의 14.1% 만이 적발된 것. '뛰는' 보험사 위에 '나는' 보험사기범이 있었다.

보험사기는 나날이 지능화 되고 대담해 지고 있다. 개인의 단독범행이 아닌 일가족 혹은 조직폭력배, 전문브로커가 낀 조직적인 범행이 늘었고, 가족간 살해, 장애인 살해 등 잔혹한 보험범죄도 급증하는 추세다.

더불어 다수의 고액보장성보험에 중복가입한 후 단일사고로 고액 보험금을 챙기는 등 그 수법도 날로 지능화됐다. 해외에 나가 허위 보험사고를 조작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국제화 양상도 나타난다. 사고가 난 후 피해를 과장해 보험금을 받아내는 '연성사기'는 줄고 있는 반면 고의, 허위사고 등 사전 계획적인 '경성사기'는 해마다 급증했다.

◇'보험사기 증가->보험료 상승' 악순환=보험사기로 인해 한해 수조원의 보험금이 줄줄 새면서 보험사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또 보험사기는 보험사의 3대 수익원 중 하나인 '위험률차익의 악화'를 가져와 결국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보험사기는 재정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보험사기의 상당수가 병·의원 등 의료기관의 과잉진료, 허위입원 등과 관련이 있다 보니 건강보험의 지출이 늘기 때문이다. 공보험의 재정 악화로 공보험 보험료가 인상되고 이는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5년~2008년 요양기관의 부당이득 적발금액이454억원에 이르고, 적발된 기관이 전체의 78%에 달하는 등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2001년 이후 건강보험료는 꾸준히 인상됐으며, 2010년까지 누적인상률은 56%에 달한다. 이 기간 중 의료수가 누적인상률은 19.1%에 그쳐 의료수가 인상만으로 건강보험료 상승이 설명되지 않는다. 입원, 진료비 허위청구 등 부당청구 주요 유형의 상당 부분이 보험사기와 연계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공공의 적' 보험사기범·, 처벌은 솜방망이=보험사기가 이같이 심각한 지경에 이른 배경에는 '솜방망이' 처벌도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보험사기로 적발돼도 열에 아홉은 벌금 혹은 집행유예로 풀려 나다보고 있다. 범죄인이 일확천금의 대가로 부담해야 하는 위험이 크지 않은 셈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발생한 보험사기 사건 중 지난해 말까지 판결이 확정된 82건의 법원 양형을 분석한 결과 벌금형과 집행유예 비중이 86.3%로 나타났다.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기범이 69.4%(226명)로 가장 많았고, 집행유예는 58명으로 17.6%를 차지했다. 징역형은 45명(13.7%)에 그쳤다.

보험 사기범의 양형은 전체 사기범 대비 징역형(46.6%)이 3분의 1수준이고, 벌금형(26.1%)은 2.5배에 달했다. 다른 사기범에 비해 보험 사기범에게는 관대한 처벌을 내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다.

보험사기를 심각한 범죄라고 인식하지 않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문제가 있다. 국내 소비자의 보험사기 용인도 현황(2010년,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의 24.3%~35.8%는 보험사기 행위를 용인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미국 소비자 보다 (2.2~4.9%) 보험사기에 훨씬 관대한 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기 예방을 위해 보험사기가 범죄라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 줄 필요가 있다"면서 "보험사기에 대한 별도의 처벌규정 신설과 보험사기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험사기가 전 국민에게 직접적인 부담을 주고 있는 만큼 정부차원의 강력한 대응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이 국정과제에서 보험범죄 문제를 넣은 것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 2009년부터 검·경찰, 금감원, 국토교통부, 심평원, 생·손보협회 등 9개 기관이 '정부합동 보험범죄전담 대책반'을 운영 중이고, 19개 생보사에서 보험사기조사전담 특별조사팀(SIU)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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