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우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해 6월 취임하면서 1년 6개월의 '반쪽짜리' 임기를 기꺼이 수용했다. 과거 세 번이나 실패했던 우리금융 민영화를 자신의 임기 내에 반드시 완료하겠다는 배수진이었다.
27일 현재 18개월의 임기 중 약 8개월이 흘렀다. 정부의 강력한 민영화 의지에 힘입어 유례없는 '속도전'을 벌인 끝에 우리투자증권을 비롯한 주요 비은행 계열사, 지방은행들의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그러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이 회장을 난감하게 만드는 변수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남·광주은행 매각 과정의 6500억원대 세금을 피하기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정부·여당이 2월 임시국회 처리를 약속한 사안이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이 회장은 최근 조특법 통과를 국회의원들에게 설득하기 위해 여의도를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그러나 처리를 약속했던 정부·여당은 야당을 핑계로, 민주당은 본질과 동떨어진 정치적 이슈를 이유로 귀담아 듣지 않았다. 이 회장과 달리, 그들에겐 그리 급하지 않아 보였던 것 같다.
일부 계열사의 매각 마무리 작업 중에도 잡음이 나온다. 가격협상 중 '기싸움'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일부에선 우리금융의 태도를 놓고 "소홀하다, 고자세다"고 힐난하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거래를 엎을 수도 없고, 시간도 부족한 건 우리 쪽이다. 이미 협상의 카드를 다 보여주고 시작한 것인데 협상의 태도를 문제 삼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건 난감하다"고 말했다.
민영화의 본체인 우리은행 매각은 더 큰 산이다. 올해로 설립 115주년을 맞는 한국 금융역사의 '맏형'이지만 기업금융 비중이 높은 탓에 대기업 부실의 직격탄을 감당하고 있다. 지난해 실적은 사상 최악이다. 금융권의 유례없는 불황 속에 '덩치만 큰 애물단지' 취급을 받으며 어두운 전망만 가득하다.
하지만 저성장기에 쌓인 부실은 반대로 기업 지원을 도맡았던 '자랑스러운' 역사의 그림자인 동시에 이어가야 할 전통이다. 이 회장이 강조하는 '성공적인 민영화'가 단지 속도와 회수될 공적자금의 크기에 그치지 않는 이유다. 우리금융 한 관계자는 "'수술을 해도 내가, 제대로 한다'는 원조 우리은행 출신의 사명감이 이 회장을 뛰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회장의 의지와는 달리 민영화의 외부 환경은 냉혹하다. 10개월여 남은 그의 시간에 또 다른 돌출 변수와 잡음이 언제 등장할 지 알 수 없다. 우리금융 구성원과 공적자금의 주인인 국민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민영화를 위해선 이 회장을 도울 많은 손길이 필요하다. 흐르는 시간이 초조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