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감독원 등 권력기관 출신 인사들의 금융권 감사행에 대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현역인 이모 금감원 국장의 은행 감사행 때문이다. 결국 여론의 따가운 질책에 정치권의 문제제기까지 이어지자 해당 국장은 "조직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며 스스로 고사했다.
앞서 금감원은 3년전 저축은행 사태 당시 이른바 낙하산 감사들의 비위가 드러나자 향후 낙하산 인사를 원천 봉쇄하겠다고 약속했다. 금융권에 대한 감사추천제 폐지나 퇴직 후 2년간 퇴직 전 5년간 속했던 부서의 유관업무에 취업하지 못 하도록 하는 공직자 윤리법 규정을 적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3년만에 이를 스스로 저버렸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다.
그렇다면 권력기관들의 금융권 낙하산 인사 관행이 사라진 것일까. 사실 그렇지도 못하다. '슈퍼 주총데이'라 불린 14일 주요 금융회사들은 금감원과 감사원, 국세청 등 권력기관 출신 인사들을 무더기로 감사에 선임했다.
금융권이 금감원 출신 감사를 선호하는 것은 감사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뛰어나기 때문이지만 각종 검사시 바람막이 역할을 해주고 특정사안에 대한 금융당국의 기류를 파악해 경영진이 미리 대처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이익을 도모하는게 기업의 목적인 이상 이같은 선택을 비난할 수는 없다.
오히려 금융권에서는 저축은행 사태 이후 감사원과 국세청 인사, 금감원 OB(올드보이, 오래전 퇴직한 인사)들만 재미를 본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어차피 금감원 인사가 오지 않으면 감사원이나 국세청 출신들이 내려오는 만큼 차라리 금융 업무를 잘아는 금감원 출신이 낫다고 말한다. 금감원도 고민이다. 고질적인 인사 적체를 해소할 방법도 없는데다 퇴직자들에 대해서는 2년이 지나면 금융권행을 막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금감원 출신들의 금융권행을 온전히 막을 수 없을 바에야 금피아니 낙하산이니 비판만할게 아니라 제대로 된 제도적 대안을 고민하는게 맞지 않을까. 금융사와 유착이 문제라면 감사에 대해 더 엄중한 책임을 지워야 한다. 물론 실질적인 내부통제를 할 수 있는 권한도 함께 말이다. 이는 비단 금감원 출신에만 국한될 일은 아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각종 비리가 발생하면 감사에 대한 책임을 간접적인 수준에서 직접행위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묻겠다"고 했다. 말 뿐이 아니라 실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