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금융실명제 유시무종의 유감

[기고]금융실명제 유시무종의 유감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2014.05.01 05:30

최근 언론을 통해 국회합의안이 알려진 이후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칫 유시무종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시작과는 달리 끝이 초라해 보인다는 말이다. 금융실명제 도입 20주년이던 지난 해 전직대통령과 대기업오너의 불법비자금 문제가 터졌을 때만해도 당장이라도 모든 차명거래를 전면금지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는 많이 달라 보인다.

물론 차명거래의 규제는 결코 손쉬운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금융실명제도입 이후에도 사실상의 규제공백이 지속되었겠는가. 차명거래 규제가 어려운 까닭은 악의와 선의가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불법비자금과 같은 악의도 있지만, 자녀명의 교육저축, 결혼 전 부모명의 자녀소득관리, 결혼 전 커플통장, 효도통장, 미등록 사회사업의 통장, 종중 통장 등은 선의의 사례들이다. 그래서 함부로 된 규제를 못하는 것이다.

보도를 보면 국회 합의안에는 의외로 새로운 내용이 별로 없다. 금융기관 과징금을 10배 증가시킨 것만이 새로워 보인다. 불법거래 적발시 형사처벌은 개별법에 있는 것을 실명제법으로 옮겨온 것이다. 그 외 불법목적 차명금지와 실명확인절차 강화, 명의인 소유권 추정은 구체적 방안을 갖지 못해 실효성이 의문시 된다.

불법목적 차명금지원칙과 실소유주 신원 확인절차 강화를 법에 명시한다고 해서 실소유주에 대한 정보비대칭성 문제를 해소할 구체적 방안이 없는데 불법목적 차명거래가 금지되고 실소유주 신원이 제대로 확인되겠는가.

명의인 소유권추정이 기업 오너와 임직원 사이의 '합의차명'을 억제하는 유인책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기업내 수직적 관계의 무서움을 모르는데서 나온 생각이다. 어떻게 명의를 빌려준 직원이 생사여탈권을 쥔 임원을 상대할 수 있겠는가? 합의차명의 대가로 정년 혹은 승진보장 등이 제공된다면 소유권추정이 되더라도 되레 적극적 합의차명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합의안의 근본적인 한계는 현행과 마찬가지로 입증할 수 없는 자에게 입증부담을 안긴다는 점이다. 정보비대칭성으로 인해 정부도 금융회사도 실소유자를 알아낼 방도가 없는데 알아내라고 하는 것이다. 정부가 불법행위를 적발해 내는 것도 정부의 입증능력에 의해 제약을 받는다. 정보비대칭성이 있으면 불법성을 사전에 적발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는 금융회사와 정부의 책임을 면피시켜주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정보비대칭성 문제가 해소되지 못하면 아무리 법논리로 강제해도 실현될 수 없으며, 이 엄연한 진실을 외면하는 것은 불법행위를 방관하는 것과 같다는 점을 지적하는 말이다.

어찌해야 하는가? 간단하다. 입증할 수 있는 자에게 입증부담을 안기는 것이다. 실소유자는 자신의 동기가 악의인지 아닌지 잘 안다. 따라서 실소유자에게 입증부담을 부과해야 한다. 이것은 금융회사나 정부로부터 실소유자로의 입증책임 전환이다. 이러한 전환을 제도화한 것이 차명거래 사전등록제도이다. 선의의 동기를 가진 실소유자는 사전신고를 못할 이유가 없다. 신고절차가 어려운 것도 아니다. 이제 등록된 차명거래만 허용하고 그렇지 않은 차명거래는 전면금지하면 된다. 매우 단순하면서도 명확하다.

사전등록제도는 무엇보다 투명성을 제고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공시정책이 추구하는 기본원리와 동일하다. 등록제도에도 왜 한계가 없을까 마는 악용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경찰서가 생기면 범죄가 더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지난 해 실명제 20주년을 기념하는 국회 컨퍼런스 이후, 사전등록제도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는 이미 충분히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유시유종의 마무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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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희 기자

안녕하세요. 혁신전략팀 김상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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