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고 두 달이 흐른 지금,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은 금리를 낮췄을 당시보다 훌쩍 커져있다. 지난 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기준금리 밑으로 내려가면서 시장의 '베팅'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금리인하 목소리가 급격히 커졌던 6월 말 이후, 정부와 정치권 인사들과 시장은 한목소리로 금리를 '내리라'고 주장해 왔다. 증권사들은 '금리 인하가 가능한 이유'를, 연구소들은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이유'를 담은 보고서를 잇달아 내놓는다. 금리인하 기대감이 급격히 커졌던 세달 전 이후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앞두고 반복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어느순간부터 정작 기준금리 조정 논의에 '금리인하 효과' 이야기는 도외시 됐다. 즉 기준금리를 낮출 때 발생하는 효용은 여러 곳에서 자주 부각하지만, 기준금리 인하의 비용 측면은 그렇지 못하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대표적인 리스크인 가계부채의 경우, 당국은 한목소리로 '괜찮다'는 답변을 반복한다. 현재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금융시스템이 감내할 수 있는 정도라는 게 요지다. 경제회복과 금융시스템 안정 간 트레이드 오프 되는 상황만이 문제라 '경제회복'과 '금융시스템 안정'이란 두 가지 가치간의 균형을 찾는 문제라면 안정성을 다소 양보하더라도 성장에 힘을 싣자는 주장은 성립된다.
하지만 금리인하가 성장률 제고로 연결될지 그 효과가 확실치 않을 뿐더러 장기적으론 오히려 경제성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 이는 성장률 회복을 위해 금리를 낮추자는 주장과도 배치된다. 금리인하로 가계부채가 늘면 민간소비 여력이 줄 수 있고, 금리인하에 따른 전세값 상승은 전세살이를 할 수밖에 없는 이들의 소비를 어렵게 한다. 금융소득의 비중이 높은 노년층의 소비여력도 줄어들 수 있다. 또 기준금리 인하는 금융비용을 낮춰 한계 기업의 구조조정을 늦춘다. 이는 요즘 강조되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풀기 더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밀려 난지 오래고, 금리인하는 곧 성장률 제고라는 도식으로 받아들여진다.
한국경제가 금융위기 이후, 멀게는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누적된 불균형 등 '구조적 문제'로 내수부진 문제에 처해 있다는 지적은 예사롭지 않다. 분명 우리 경제 뿐 아니라 전세계 경제가 금융위기 이후 앞선 패러다임으로만은 설명되지 않는 흐름을 관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회복을 위해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명제만 일방적으로 되풀이된다면, 진짜 메스를 들이대야 할 '구조'에 대한 문제 풀이는 그만큼 지연될 수 있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여론의 쏠림이 우려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