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4 '쓰나미', 연착륙 하려면]上-1, 생보사 '빅3' 준비금 35조 부족..2018년까지 50% 쌓아야

"쓰나미(IFRS4)가 몰려오는데, 제주도 앞바다까지 와야 대비할 것인가."
보험산업의 근간을 뒤흔들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이 5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보험사들은 겉으로 평온하기만 하다. 보험업에 '치명적'인 저금리 환경에서도 올 한해 사상 최대 순익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새 회계기준으로 '속살'을 들여다보면 이는 착시에 지나지 않는다.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돌려줄 보험금의 재원이 되는 준비금(부채)은 지금보다 43조원 더 마련해야 한다. 국내 최대 보험사인삼성생명(249,500원 ▼2,500 -0.99%)의 부족분만 22조원이 넘을 걸로 추산됐다. 보험사에 '쓰나미'가 닥칠 위기란 지적이다.
◇글로벌 '대세' IFRS가 뭐기에=IFRS는 2011년부터 모든 산업에 도입됐다. 다만 보험업은 산업에 미칠 타격을 고려해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보험업계에서 "회사 몇 개는 망할텐데, 설마 도입될까"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도규상 금융위원회 국장은 "우리만 이제 와 도입 안 한다고 할 수는 없다"며 "자본확충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적용이 무산되거나 유예될 경우 보험사 뿐 아니라 국내 모든 상장사의 국제적인 신인도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단계의 핵심은 '부채의 시가평가'다. 보험부채란 보험금을 돌려주기 위해 보험사가 쌓아 놓는 재원, 즉 책임준비금을 뜻한다. 쉽게 말해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진 '빚'이다. 지금까지는 상품 판매 시점에 보험료를 책정하고, 그에 맞춰 준비금을 기계적으로 계산하는 '원가법'을 썼다. 2단계에선 시장금리(시가평가)에 따라 준비금을 매년 새롭게 평가해야 한다.
20년 전 예정이율(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를 가지고 보험금 지급 때까지 운용해서 얻을 수 있는 예상수익률) 8% 상품을 팔았다고 하자. 보험사가 보험료를 굴려 8% 이상 수익률이 날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준비금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하지만 시중금리가 떨어진 지금의 운용수익률은 4%대. 2단계를 적용하면 과거 예정이율(8%)과 상관없이 현시점의 금리 수준(4%)에 따라 계약자에게 돌려줄 빚(부채)을 계산해야 한다. 받은 보험료로 낼 수 있는 예상수익률이 절반으로(4%포인트) 낮아진 만큼, 준비금을 과거 대비 더 쌓아야 보험금 재원이 부족하지 않게 된다.

◇보험사 순익 역대 '최대'전망…IFRS로 보면 '착시'=올 상반기 국내 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은 4조4749억원(생보 2조7990억원·손보 1조675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1조389억원(30.2%) 급증했다. 올 한해 순익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저금리로 힘들다"던 보험사들이 엄살을 피운 걸까. '부채를 시가평가'하는 IFRS4로 들여다보면, '대박' 실적은 '착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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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회계제도 하에서는 고금리 시절 사들인 채권·주식 등 투자자산에 대해 시가평가를 하지만 부채는 원가평가를 한다. 시중금리가 하락해 채권 평가이익이 크게 늘어 순익이 급증했는데, 부채 규모는 원가법에 따라 고정되면서 실적이 좋아진 듯 보인 것.
실제로 올 상반기 보험영업에서는10조9857억원의 손실이 났지만 투자영업에서 14조5687억원 이익이 발생했다. IFRS4 2단계가 도입되면 부채 시가평가에 따라 부채가 급격히 늘면서 이익은 대부분 상쇄된다. '역대 최대 순익'은 결코 경영을 잘해서 달성한 게 아니다.
일부 보험사는 채권 분류기준을 '만기보유'에서 '매도가능'으로 바꿔, 지급여력(RBC) 비율을 끌어올렸다.한화생명(4,885원 ▼195 -3.84%)은 16조3000억원에 달하는 만기보유 채권을 지난해 말 매도가능으로 재분류, 1조원 이상 평가이익을 냈다. RBC비율은 80% 뛰었다. 문제는 한번 바꾼 채권은 3년 안에 재분류하지 못한다는 것. 이 기간 금리가 반등하면 RBC비율이 급락한다. 미국 금리 인상이 임박해 한화생명이 '자충수'를 뒀단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빅3' 준비금 부족분만 35조…"연말까지 9조 쌓아라"=2단계가 도입되면 보험사가 추가로 쌓아야 하는 준비금이 43조원에 달한 걸로 추산됐다. 전 보험사의 연간 총순익의 6배와 맞먹는 규모다.
현행 준비금 적정성 평가제도(LAT)에서 보험상품은 △유배당 금리확정형 △무배당 금리확정형 △유배당 금리연동형 △무배당 금리연동형△변액보험 등 5가지로 나뉘고, 상품군별로 준비금이 부족한지, 넘치는지 계산해 합산(상계처리)한다. 하지만 2단계에선 상품군별로 '칸막이'가 쳐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준비금이 부족한 상품군은 상계하지 않고 부족분만큼 다 쌓아야 한다"며 "내년 2단계 기준서가 확정돼야 분류기준이 명확해지지만, 6% 이상 고금리상품을 판 생보사 부담이 가장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별로삼성생명(249,500원 ▼2,500 -0.99%)의 결손금은 22조5007억원으로 추정된다. '빅3'인 한화생명과 교보생명도 7조807억원, 5조6329억원을 더 쌓아야 한다. 알리안츠생명은 중소형 사인데도 1조원 이상(1조1874억원) 부족한 것으로 계산됐다.
손 놓고 있으면 1년 국가예산의 8분의 1과 맞먹는 자본이 증발할 위기다 보니 단계적·체계적인 연착륙 방안이 필수적이다. 금감원은 준비금 부족분의 50%(약21조원)을 2018년까지 적립하는 '장래결손보존준비금'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 안이 그대로 실행된다면 보험사 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준비금 부족분의 20%(약 8~9조원)를 올해 안에 쌓고, 매년 10%씩 늘려야 한다. 이에 연 순익 1조원 안팎인 삼성생명은 4조원을 올해 마련해야 한다. 한화생명은 이익잉여금(2조1585억원)마저 부족한 상황이다. 금감원은 다음 달 전 보험사를 상대로 영향 분석을 실시하고, 대응이 미진한 회사는 MOU(양해각서)도 맺을 방침이다.
보험업계는 "기준서가 확정되면 내년에 대응해도 늦지 않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5년간 단계적으로 이익 내부유보를 해 놓지 않으면 보험사 부담이 클 것이란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